여수항에 입항해 일본산 정유제품을 싣고 출항한 홍콩 선박 ‘라이트하우스윈모어’호가 지난달 공해상에서 북한 선박에 정유 600t을 넘긴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신규 대북 제재 결의(2397호)에 따라 여수항에 재입항한 라이트하우스윈모어호를 압류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29일 “라이트하우스윈모어호가 지난달 24일 여수항에 다시 입항해 관세청에서 조사를 실시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관세청 조사 결과 라이트하우스윈모어호는 10월 11일 여수항에 입항해 일본산 정유제품 1만449t을 적재한 뒤 대만을 목적지로 출항 허가를 받고 15일 오전 출항했다. 여수항은 ‘오일 허브’로 중국, 러시아, 일본, 홍콩, 대만 등의 유류 제품에 대한 일종의 저장 창고 역할을 하고 있다. 이 선박에는 중국인 선원 23명, 미얀마인 선원 2명이 승선해 있었다.
라이트하우스윈모어호는 출항 후 목적지인 대만으로 가지 않고 동중국해 공해상으로 이동했다. 이어 자사 선박 3척에 정유제품 각각 4500t을 옮겨 싣고, 나머지 1척에 600t을 이전했다. 조사결과 나머지 1척이 북한 선박인 ‘삼정2호’인 것으로 드러났다.
다만 삼정2호가 다시 북한으로 들어갔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관세청 관계자는 “선박의 추적 장치를 끄면 위성 추적이 불가능해 어느 항구로 입항했는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정부는 미국과의 공조를 통해 확보한 정보를 바탕으로 라이트하우스윈모어호의 움직임을 주시하다가 여수항에 재입항하자 이를 나포, 동결하고 항해 일지를 확인했다. 이 과정에서 정유제품을 옮겨 실은 3척의 선적 이름이 분명히 기재돼 있는 것과 달리 나머지 1척은 ‘기타’라고 돼 있는 점이 확인돼 조사에 들어갔다.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 2397호 9항은 안보리 결의가 금지한 활동에 관여한 것으로 믿을 만한 합리적 근거가 있는 경우 회원국 항구에 입박한 해당 선박을 나포, 검색, 동결, 억류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번 사례는 북한이 불법 네트워크를 이용해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를 교묘하게 우회한 대표적 사례”라며 “안보리 제재위원회에 조치 결과를 보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 그래픽=안지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