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전주에서 실종된 고준희(5)양이 실종접수 22일 만에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왔다. 준희양의 가족은 준희양이 죽은 뒤에도 태연하게 아이를 키우는 행세를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29일 전북 전주덕진경찰서에 따르면 준희양 친부 고모(36)씨가 자백한 준희양의 사망 시점은 4월 26일이다. 준희양은 고씨의 내연녀 어머니 김모(61)씨의 자택인 전주 덕진구 인후동 주택에서 숨진 것으로 조사됐다. 고씨와 김씨는 다음날인 4월 27일 군산시 오식도동 한 야산에 준희양의 시신을 유기했다.
고씨는 딸이 숨진 후에도 준희양을 돌봐준 김씨에게 매달 양육비 형식으로 60~70만원을 송금했다. 준희양이 여전히 살아있는 것처럼 꾸미기 위해서다.
김씨는 평소 이웃들에게 “아이를 키우고 있다“고 말하고 다니길 좋아했다고 한다. 집 안에는 준희양의 인형과 장난감을 진열했다. 심지어 김씨는 준희양 생일인 7월 22일에 맞춰 “아이 생일이라 미역국을 끓였다”며 이웃들에게 나눠주기까지 했다.
그러나 경찰조사 결과 김씨의 집에선 칫솔 등 일부 용품을 제외하고 준희양의 DNA가 발견되지 않았다. 고씨의 아파트에서 발견된 혈흔에는 친부와 내연녀 이모(35)씨, 준희양의 DNA가 함께 나왔다. 고씨와 김씨의 휴대전화가 군산에서 동시에 꺼진 점도 수상했다. 경찰이 수사망을 좁혀오자 결국 고씨는 입을 열었다.
시신 발견 당시 준희양은 수건에 둘러 싸여 30㎝ 깊이에 묻혀 있었다. 평소 가지고 놀던 인형과 함께였다. 경찰은 이날 시신 유기 혐의로 고씨와 김씨를 긴급체포했다.
김영근 덕진경찰서 수사과장은 “이들은 준희양이 숨진 사실을 감추려고 했다”며 “내연녀 이씨에 대한 범행 가담 여부도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