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中企에 전속 거래 강요 ‘갑질’ 못한다

입력 2017-12-29 07:55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지난 27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하도급거래 공정화 종합대책 사전 브리핑을 하고 있다.뉴시스

‘①하도급 계약을 전속으로 체결한다. ②하도급업체에 경영정보와 기술제공을 요구한다. ③이를 무기삼아 하도급대금 인하를 압박한다. ④하도급업체가 도산한다. ⑤다른 업체를 찾아 똑같이 한다.’ 대기업이 중소기업에 저지르는 전형적 ‘갑(甲)질’ 행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8일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끊는 하도급거래 공정화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지난 7월 가맹업, 8월 유통업에 이어 김상조 공정위원장 취임 후 세 번째로 내놓은 갑질 근절 방안이다.

공정위는 우선 하도급 계약과정에서 하도급업체가 동등한 지위를 행사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했다. 대기업이 납품 단가를 깎기 위해 원가 등 경영정보를 요구하는 것을 하도급법에 위법행위로 명시한다. 원사업자가 하도급업체에 전속 거래를 강요하는 행위 역시 위법행위로 규정된다.

또 공정위는 공사 기간을 연장하면서 원도급 금액이 증액되면, 원사업자는 그 비율만큼 하도급금액을 반드시 더 주도록 했다. 2, 3차로 이어지는 하도급 계약구조에서 ‘바닥’을 형성하는 중소기업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다. 하도급업체에 귀책사유가 없는데도 공사기간이 연장되면 하도급대금을 증액해 달라고 요청할 수 있는 권리를 하도급업체에 부여한다.

공정위는 대기업이 하도급 계약을 빌미로 기술을 빼가는 행위에 대한 전속고발제를 폐지하기로 했다. 공정위 제재 이전이라도 하도급업체가 직접 검찰 등에 고발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기술유용행위에 대한 손해배상 범위는 현행 ‘3배 이내’에서 ‘10배 이내’로 확대된다. 기술자료 유용, 보복행위 등 금액 산정이 곤란한 경우 부과하는 정액과징금 상한은 5억원에서 10억원으로 뛴다.


공정위는 하위 거래단계 대금체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하도급대금 지급관리시스템 사용 확산을 유도키로 했다. 하도급업체가 이 시스템을 통해 대금을 청구하면 발주자 등이 직접 지불하도록 할 예정이다.

대기업 등 원사업자를 위한 ‘당근’도 마련했다. 공정위는 원사업자의 납품 단가 조정실적을 공정거래협약 이행 평가요소에 추가하기로 했다. 평가 우수기업으로 선정되면 직권조사가 면제된다.

김 위원장은 “국내 기업에 종사하는 근로자 중 88%는 중소기업 근로자”라며 “한국경제의 중간 허리인 중소기업을 더 튼튼하게 만들어 새로운 도약을 하기 위해 도급거래 공정화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세종=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