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정부의 이른바 ‘적폐청산’ 드라이브가 외교안보 분야에서도 본격화됐다. 외교부가 12·28 한·일 위안부 합의의 막후 협상 내용을 공개한 데 이어 통일부는 보수정부의 대북정책 전반을 문제 삼았다.
통일부 정책혁신위원회는 28일 공개한 보고서에서 통일부가 보수정부 시절 남북회담에서 주도권을 잡지 못하고 뒷전으로 밀려왔다고 지적했다. 이전에는 남북회담 때마다 통일부를 중심으로 청와대와 국가정보원 및 관계부처가 참여하는 ‘남북회담 전략기획단’이 꾸려졌는데 박근혜정부 때는 이런 협의체가 작동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혁신위는 개성공단 중단과 5·24조치 등 ‘통치행위’를 통한 대북정책 결정이 “바람직하지 않다”며 대북정책에서 ‘법치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통일부가 지난해 해외식당 여종업원 13명 탈북 사실을 공표한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4·13총선을 닷새 앞둔 시점에 민감한 사안을 공개해 정치적 오해를 자초했다는 것이다. 해외식당 여종업원과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공사 등 주요 탈북 사안을 국정원 대신 통일부가 ‘외주 발표’를 한 것도 부적절했다고 비판했다. 백태현 통일부 대변인은 혁신위 제안을 “겸허한 자세로 받아들이겠다”며 “혁신위의 제안에 대해선 필요한 후속조치를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통일부는 지난 7월 기획조정실장을 팀장으로 자체 ‘정책점검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개성공단 중단 등 전 정부의 대북정책 결정 과정을 점검했다. 통일부는 이어 TF 활동 결과를 바탕으로 지난 9월 김종수 가톨릭대 교수 등 민간인 9명이 참여하는 혁신위를 구성했다. 혁신위는 3개월간 TF 협조하에 과거 정부 핵심 관계자들을 면담하는 등 활동을 진행해 왔다.
보수 야당은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 전희경 자유한국당 대변인은 논평에서 “(혁신위 발표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북한만 박수 칠 내용”이라면서 “경악을 금치 못한다”고 밝혔다. 유의동 바른정당 수석대변인도 “그대로 수용하기 어렵다”면서 “전 정권은 반론권마저 상실했다. 도마 위 생선 다루 듯하는 해체작업은 보는 국민에게도 피로감을 준다”고 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