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인가’, ‘타살인가’ 국정원 변호사 유족 차량 검증

입력 2017-12-28 17:09 수정 2017-12-28 17:11
국가정보원 댓글 수사를 방해한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국정원 소속 변호사 정치호(43)씨의 유족 측이 28일 정씨 죽음에 대한 의혹을 풀기 위해 차량 검증을 진행했다. 정 변호사의 친형(48)이 불 붙은 번개탄을 차량 운전석 아래에 넣고 있다.

2013년 검찰의 국가정보원 댓글 수사를 방해한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국정원 소속 변호사 정치호(43)씨의 유족 측이 정씨 죽음에 대한 의혹을 풀기 위해 차량 검증을 진행했다. 이날 검증은 경찰이 참관하지 않고, 유족 측만 참여해 진행됐다.

고 정치호 변호사 유족협의회 변호인단은 28일 오후 강원도 춘천 소양강댐 주차장에서 차량 검증을 진행했다. 검증 장소는 지난 10월 30일 정 변호사가 자신의 그랜저 승용차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된 곳이다.

검증은 정 변호사의 차량에 번개탄을 피운 뒤 연소 과정과 결과를 확인하는 등 정씨가 발견된 당시와 동일한 방식으로 진행됐다. 그동안 유족 측은 정 변호사의 사망에 대한 의혹을 제기해 왔다. 당시 차량에선 알루미늄 호일 위에 소주병 두병을 놓고, 그 위에 번개탄 1개를 피운 흔적이 발견됐는데 번개탄이 놓였던 발판에는 열에 녹은 흔적 3개가 확인됐다.

유족 측은 “자체 실험 결과 번개탄을 실내에서 피우면 처음 모습처럼 둥근 모양으로 주저앉는다”며 “번개탄은 1개를 피웠는데 열에 의해 녹은 발판의 흔적이 3곳인 것이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발판이 녹은 모습을 보고 자살을 위장한 것이 아닐까 하는 의심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국가정보원 댓글 수사를 방해한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국정원 소속 변호사 정치호(43)씨의 유족 측이 28일 정씨 죽음에 대한 의혹을 풀기 위해 차량 검증을 진행했다. 정 변호사의 친형(48)이 사건 당시 차량 내부 모습을 촬영한 사진을 공개하고 있다.

이날 오후 3시40분부터 시작된 검증은 번개탄이 모두 연소될 때까지 진행된다. 유족 측은 이번 결과를 토대로 경찰의 수사결과에 수긍할지, 타살의혹에 대해 명확한 수사를 요청할지 결정할 계획이다.

이번 차량 검증은 당초 춘천경찰서에서 진행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경찰이 언론에 검증 결과가 공개되는 것을 꺼려 검증일정을 취소했다.

정 변호사의 친형(48)은 “이날(28일)은 동생이 죽은 지 60일째 되는 날로 검증을 마친 뒤 장례를 치를 예정이었다”며 “언론에 공개돼선 안된다는 경찰의 입장이 동생의 자살에 대한 더 강한 의혹을 생기게 만든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경찰서는 연소 실험을 할 수 있는 공인기관이 아닌 만큼 검증 결과를 일반화할 수 없기 때문에 유족만 참관하는 것을 전제로 차량 검증을 준비했다”며 “언론공개는 유족 측과 사전에 논의한 내용이 아니라서 왜곡보도가 될 우려가 있어 차량 검증을 진행하지 않기로 한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유족 측은 정 변호사가 ‘사실상 타살됐다’며 지금까지 시신 인수와 장례절차를 거부해 왔다. 정 변호사의 시신은 아직 대학병원 영안실에 안치돼 있다. 또한 유족 측은 사망의혹을 밝히기 위해 지난 6일 춘천경찰서에 성명불상자를 살인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춘천=서승진 기자 sjse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