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이 직접 결정한 ‘위안부 입장 발표’… 왜 서둘렀을까

입력 2017-12-28 16:12

‘한·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 합의 검토 태스크포스(TF)’의 보고서가 발표된 지 하루 만인 28일 문재인 대통령이 서둘러 입장을 발표했다. ‘이면합의’ 사실이 밝혀지면서 국내 여론이 급격히 악화된 상황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대변인 명의의 발표문이 아니라 대통령이 직접 비판적 입장을 강하게 밝힌 형태였다. 당분간 한·일 관계 경색은 불가피해졌다.

입장문 발표는 문 대통령이 직접 결정했다. 청와대는 이날 아침 비서실장 주재 현안점검회의 때만 해도 입장 발표 문제를 논의하지 않았다고 한다. 오전 9시쯤부터 진행된 대통령 일일현안보고 때 기류가 급선회했고 오전 10시30분쯤 입장문이 공개됐다. 청와대 관계자는 “당초 신년 메시지 등을 통해 관련 사안을 언급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대통령이 서둘러 입장을 발표하자고 결정한 것”이라며 “입장문도 임종석 비서실장과 상의해 직접 작성했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은 입장문에서 “TF 발표에 무거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 “현실로 확인된 비공개 합의의 존재는 국민에게 큰 실망을 주었다” 등 매우 강한 어조로 지난 정부의 합의를 비판했다.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등 위안부 관련 시민단체와 야당 일각에서 합의 파기까지 주장하고 나선 상황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현안 대응은 신속히 해야 한다는 문 대통령의 지론도 반영됐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대통령도 이 문제를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이 직접 논란에 불을 지피면서 한·일 관계는 악화될 상황에 놓였다. 문 대통령은 입장문을 통해 기존 위안부 합의를 ‘최종적·불가역적 합의’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점을 확인했다. 합의 파기 또는 재협상 가능성까지 열어놓았다. 위안부 재협상은 대통령 공약이기도 하다. 다만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후속조치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될 수 있어 합의 파기 및 재협상 여부는 현재 답할 수 없다”며 “그것까지 포함한 후속 조치를 1월 중 발표할 것”이라고 했다.

청와대는 대북 한·일 공조 등은 역사 문제와 별개로 한다는 ‘투트랙’ 전략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후속조치를 외교부 등 관련 부처가 처리토록 한 점도 같은 맥락이다. 청와대가 후속조치에 직접 개입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표명한 것이다. 이 이상 한·일 관계를 악화시킬 수는 없다는 의지도 동시에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문 대통령은 그간 있었던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의 전화 통화와 정상회담에서 위안부 문제를 크게 부각시키지 않고 ‘미래지향적 정상 외교 복원’을 거듭 언급해왔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한·일 관계에서 취해온 입장은 투트랙이다. 이날 발표도 그런 원론적 입장을 벗어나지 않는다”며 “역사문제는 역사문제로 봐야 한다. 발표문에 그런 입장을 담았으며 그렇게 해결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문동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