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아빠, 다음 생에 또 만나”… ‘제천참사’ 남은 딸이 하늘에 띄운 편지

입력 2017-12-28 15:14
뉴시스

“다음 생에도 내 엄마 아빠가 되어 주세요. 사랑해요.”

지난 21일 충북 제천시 스포츠센터 화재 참사가 발생한 지 여드레째. 안타깝게 목숨을 잃은 29명의 합동분향소가 마련된 제천체육관 현관 화이트보드에는 노란색 포스트잇 200여장이 빼곡히 붙어 있다. 사랑하는 가족과 친지를 잃은 사람들이 남긴 애틋하고 절절한 편지다.

참사 희생자 고(故) 이모(76)·추모(69)씨 부부의 막내딸은 “사랑하는 우리 엄마 아빠…”라는 글로 말문을 열며 “언제까지나 사랑하고 그리워할게요”라고 썼다. 이어 “다음 생에도 나의 엄마 아빠가 되어 주세요. 사랑해요”라고 되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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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는 특히 예기치 못한 사고로 하루아침에 어머니를 잃은 자녀들의 그리움이 가득했다. 희생자 29명 중 23명이 여성인 것이 그 이유다. 이들은 ‘소녀 같은 우리 엄마 사랑해’ ‘우리 사랑하는 엄마 너무너무 고맙고 미안하고 많이 사랑해. 보고 싶어’ ‘소녀 같은 우리 어머님. 편안히 좋은 곳으로 가시길. 사랑합니다. 어머님과 행복했어요. 영원히 기억할게요. 예쁜 우리 어머님. 안녕히’ 등의 내용이 담긴 편지를 하늘에 띄웠다. ‘엄마, 아프게 해서 미안해. 가서는 아프지 말고 자유롭고 행복하게 살아’라며 어머니의 평안을 기원하는 큰딸의 애달픈 편지도 있었다.

충북 제천시 하소동 스포츠센터 화재 참사 여드레째인 28일 희생자 합동분향소가 있는 제천체육관 현관 화이트보드에는 가족과 시민들이 글을 적어 놓은 포스트잇 200여 장이 붙여 있다. 한 시민이 희생자들을 애도하는 글을 적고 있다. 뉴시스

가족은 아니지만 희생자들을 애도하는 시민의 마음도 포스트잇에 담겼다. 이들은 짧은 글귀를 통해 남은 유족들의 슬픔을 위로했고, 희생자들의 영면을 기원했다.

지난 21일 제천 하소동 노블 휘트니스 스파 지상 1층 주차장 천장에서 발화한 불이 삽시간에 건물 전체를 집어삼키며 총 66명의 사상자를 냈다. 사망자 29명의 장례는 27일 마무리됐다.

문지연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