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대 사학과 최덕경 교수는 지난 6월 경북 예천에서 발굴된 조선 태종 때의 동판 ‘계미자본’을 저본으로 삼아 최근까지 발견된 ‘사시찬요’의 ‘중각본(重刻本)’과 ‘필사본(筆寫本)’ 등 3종류를 모두 소개한 ‘사시찬요 역주(四時纂要譯註)’를 발간했다고 28일 밝혔다.
특히 이 책에서 저본으로 삼은 ‘계미자본’은 조선 태종 때인 1403~1420년에 인쇄된 희귀본으로 이미 1590년 조선에서 중각돼 1961년 일본에서 출판된 중각본 ‘사시찬요’보다 180여 년이 앞서 있는 것을 이번 역주서에서 처음으로 세상에 소개하는 것이다.
또 이번 역서에는 몇 년 전 새롭게 발견된 필사본 ‘사시찬요’도 함께 소개했는데, 이 필사본은 누가 언제 쓴 것인지는 분명하지 않지만 ‘사시찬요서(四時纂要序)’부터 12월까지의 내용이 온전히 기록돼 있다.
‘사시찬요’는 비록 당대의 서적이지만 중국에서는 이제까지 당대 이후에도 판각됐다는 기록만 남아 있을 뿐 실물은 발견되지 않았다. 그러던 중 1961년 일본에서 발견돼 처음으로 세상에 알려졌으나, 그것은 1590년 조선에서 목판으로 중각된 판본이었다.
이처럼 ‘사시찬요’는 원래 당대에 출판된 서적이나 한국에서 판각되고, 일본에 의해 세상에 알려지게 된 책이다. 그런 점에서 ‘사시찬요’는 동아시아 3국에서 모두 주목했던 농서였음을 알 수 있다.
최 교수는 “이번 역주서에서 최근까지 발견된 3종의 ‘사시찬요’ 중각본과 계미자본, 필사본을 ‘교기(校記)’를 통해 한꺼번에 상호 대조해 그 내용상의 차이를 밝혀 소개했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당대의 대표적인 농서인 ‘사시찬요’는 동아시아 문명이 생활경제상 어떤 모습으로 투영됐는가를 살필 수 있는 귀중한 자료”라며 “이번 주역서가 기존의 판본보다 가장 원형에 가까운 사료로서 세상에 처음 공개된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최 교수는 “조선 태종 때에 계미자본, 그 후 중간본이 간행되고 필사본 ‘사시찬요’까지 등장했다. 또한 17세기에 ‘사시찬요초’, 18세기에 ‘증보사시찬요’와 같이 ‘사시찬요’의 이름을 모방한 농서들이 속속 등장한 것은 농업생산 제고에 ‘사시찬요’의 역할이 컸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라며 “그런 점에서 계미자본 ‘사시찬요’는 당대(唐代)에 근접한 새로운 농서의 발견이라는 측면을 넘어 조선 초의 농정(農政)과 현실극복의 의지를 살필 수 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고 강조했다.
부산=윤봉학 기자 bhy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