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추위에 쓰러진 노인에게 패딩을 벗어 덮어준 서울 전농중학교 학생 신세현(14)군과 엄창민·정호균(13)군에게 27일 표창장을 전달했다. 당초 민병두 민주당 의원이 상장을 수여하기로 했지만 공직선거법 위반 가능성이 있어 같은 당 안규백 의원 명의로 표창장이 전달됐다.
신군 등은 지난 11일 오전 8시쯤 등굣길에 서울 동대문구 답십리 시장에서 한 노인이 추위에 정신을 잃고 쓰러진 것을 발견하고 자신의 패딩을 벗어줘 응급조치를 했다. 이후 노인이 정신을 차리자 업어 귀가까지 시킨 뒤에 늦게 학교로 향했다. 이날 서울의 최저 기온은 영하 11도였다. 이 모습이 SNS를 통해 알려지면서 신군 등이 화제가 됐다.
민 의원은 지난 13일 신군 등에게 국회의원상(선행상)을 수여할 예정이라고 소개했다. 전농중이 민 의원 지역구인 서울 동대문구 을에 있는 만큼 지역구 국회의원이 시상을 하는 것도 의미가 있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하지만 민 의원은 신군 등에게 상을 줄 수 없었다. 관련 기사를 접한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공직선거법 112조 위반 소지가 있다”며 민 의원 측에 제동을 건 탓이다. 공직선거법은 선거 후보자가 선거 기간 중에 자신이나 소속 정당을 위한 일체의 기부행위를 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6·13 지방선거 180일 전인 지난 15일부터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가 금지됐다. 선관위는 “민 의원이 서울시장에 출마할 예정이고 수상 학생들이 민 의원 지역구민이기 때문에 상을 주는 것을 일종의 기부행위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결국 민 의원 측은 바로 옆 지역구인 동대문구 갑의 국회의원이자 민주당 서울시당 위원장인 안 의원 명의로 선행상을 제작해 전달하기로 결정했다.
민주당 서울시당은 지난 22일 안 의원 명의로 표창장을 제작해 민 의원실 측에 보냈다. 홍성필 민주당 동대문구 을 지역위원회 사무국장은 27일 오전 전농중에 상장을 전달했다. 전농중은 신군 등 3명과 김해자 교장, 홍 사무국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교장실에서 조촐하게 시상식을 열었다. 앞서 엄군 등은 지난 19일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으로부터 선행모범학생상도 받았다. 학교 측은 “학생들이 언론 인터뷰를 하게 되면 마음이 들뜰 수 있고 학생의 부모님도 반대하고 있어 인터뷰는 사양한다”고 밝혔다. 김 교장은 “우리는 원하지도 않는 상을 주겠다며 연락이 계속 오는데 학생과 학교 모두 힘들다”며 “이제는 연락을 자제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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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민 기자 wood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