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표구간 신설? 공시지가 개편?… 보유세 인상 ‘시나리오’

입력 2017-12-27 16:12

다주택자 보유세 인상은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한 ‘마지막 카드’로 거론돼 왔다. 정부가 27일 내년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며 이를 공식화했다. 그간 잇달아 내놨던 부동산 대책의 ‘약발’이 먹히지 않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정부는 6·19 대책을 시작으로 4차례 부동산 규제책을 쏟아냈지만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집값은 요지부동이다. 결국 보유세를 통해 다주택자를 직접적으로 압박할 수밖에 없다는 판다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관련 보유세는 크게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의 두 가지가 있다. 주택의 경우 재산세는 과세표준 구간에 따라 0.1~0.4% 세율을 부과하고 있다. 여기에 6억원 이상(1주택자는 9억원) 주택을 보유한 사람은 종부세를 추가로 부담하게 된다.

정부는 재산세와 종부세, 두 가지 세금을 조합해 다양한 부동산 보유세 정책을 만들 수 있다. 기재부 이찬우 차관보는 “검토를 거쳐서 내년 조세정책방향 발표 때 반영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전문가 사이에서는 법인세처럼 재산세와 종부세의 과표구간을 신설해 고율의 세금을 물리는 방안이 언급된다. 명지대 권대중 교수는 “보유세 세율을 전반적으로 올리게 되면 조세저항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며 “고액 부동산 보유자에 대한 ‘핀셋 증세’로 갈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세율 자체를 올리는 데 대한 국민적 반감이 심한 편이라 정부가 다른 선택을 할 가능성도 있다. 대표적으로 세금을 산출하는 기준이 되는 과표구간 자체를 현실화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현재 보유세는 공시지가를 기준으로 산출한다. 공시지가는 통상 시세의 60~70% 수준이다. 공시지가를 시세와 비슷한 수준으로 끌어올리면 자연히 부동산 보유자가 내야 할 세금도 올라간다. 다주택자들이 전·월세로 벌어들이는 소득에 매기는 임대소득 세율을 올리는 방안도 있다. 정부는 내년 초 발족할 조세재정개혁특위에서 보유세 개정 방안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부동산 시장 안정화에 너무 조급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각종 규제로 수도권을 제외한 지역은 이미 가격 조정기에 들어섰다는 것이다. 여기에 금리인상에 따른 주택담보대출 금리 상승과 내년에 증가하는 입주 물량을 감안하면 부동산 가격이 더 떨어질 가능성도 크다. 부동산114 함영진 리서치센터장은 “시간을 두고 기존 정책 효과를 면밀히 살핀 다음에 보유세 강화책을 꺼내도 늦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보유세뿐 아니라 각종 세제개편을 통해 조세 재분배 정책을 강화할 계획이다. 예상보다 세수가 많이 걷히고 있고, 고소득자 핀셋 증세를 통해 추가 세수도 확보한 만큼 저소득층과 여성·청년 등 노동시장 약자에 대한 세제 지원을 강화할 여력이 있다는 판단에서다.

정부는 근로자와 영세사업자에 대한 근로장려세제(EITC)를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현재 전년도 부부합산 소득이 일정 기준(1300만~2500만원) 이하인 근로자와 영세사업자를 대상으로 최대 230만원을 지원하고 있다. 2009년 당시 설정된 기준이 그대로 적용돼 대상자가 적다는 게 정부 판단이다. 기재부는 내년 하반기까지 근로자 연령·소득·지급수준 등을 평가한 뒤 확대범위를 결정할 계획이다.

육아휴직에서 돌아온 여성 근로자를 계속 고용하는 중소기업에 세액공제 혜택을 주는 제도도 신설된다. 청년을 신규 채용한 중소기업에 지급되는 추가고용장려금 적용범위도 현재 233개 업종에서 대폭 확대할 방침이다. 근로시간 단축에 따라 소용되는 신규채용 및 기존 근로자 임금감소분 지원 역시 지원기간과 상한액을 늘릴 예정이다.

세종=정현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