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야에 시외버스를 훔친 뒤 수십 ㎞를 질주한 50대 남성이 경찰의 추격 끝에 붙잡혔다.
무직인 김모(51)씨는 지난 22일 밤 10시30분쯤 나주시 영산포터미널 인근 편의점 앞길에 정차된 160번 시외버스에 몰래 올라탔다. 광주와 나주를 오가는 버스는 마지막 운행을 마치고 시동이 켜진 채 잠시 정차 중이었다. 버스기사는 다음날 새벽 5시10분 첫차 운행을 배정 받은 뒤 인근 숙소에 가기 전 야식을 구입하려고 편의점에 잠깐 들른 것으로 전해졌다.
무면허 상태였던 김씨는 운전대를 잡자마자 거주지인 영암방면으로 향했다. 기사는 버스가 사라진 것을 발견하고 경찰에 즉시 신고했다. 하지만 김씨는 아무 제지를 받지 않은 채 영암에 도착했다. 신고받고 출동한 순찰차가 김씨가 몰던 시외버스를 발견했지만 김씨는 멈추지 않고 영암 읍내 질주를 이어갔다.
추격전을 벌이던 경찰은 김씨의 예상 경로를 파악한 뒤 도로를 순찰차로 막아세운 끝에 결국 김씨를 체포했다. 김씨의 질주는 36㎞에 걸쳐 40여분간 지속됐다. 다행히 버스에 승객이 없었고 심야 시간이라 도로에도 인적이 드물어 별다른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자칫 대형 사고로 이어질 뻔한 상황이었다.
김씨는 경찰에서 “시외버스 성능을 시험해 보기 위해 해당 버스를 훔쳤다”며 횡설수설했다고 광주일보는 전했다. 김씨는 알코올 중독 등으로 정신과 치료 경험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영암경찰서는 지난 22일 김씨를 절도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맹경환 기자 khmae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