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비밀협상’ 있었다… 日 “①정대협 ②소녀상 ③성노예” 요구

입력 2017-12-27 15:00

2015년 12월 28일 한·일 위안부 합의 당시 양국 정부 간에 비공개 협의가 있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일본은 한국 정부에 소녀상 이전을 위한 구체적 계획과 위안부 피해자 단체 설득, ‘성노예’ 단어 사용 자제를 비공개로 요구했고, 한국 정부는 일본의 요구 사항을 사실상 모두 수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외교부 장관 직속 ‘한·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 합의 검토 태스크포스(TF)’는 27일 이런 내용을 담은 결과 보고서를 발표했다. 핵심은 한·일 외교장관이 당시 공동 기자회견에서 발표한 6개 항목 외에 외교장관 회담에서 비공개로 협의한 부분이 따로 있었다는 것이다. 박근혜정부는 공동 발표 외에 비공개 논의 사항은 없다고 밝혔었다.

TF에 따르면 일본 측은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를 지목해 “각종 단체 등이 합의에 불만을 표명할 경우 한국 정부가 이에 동조하지 않고 설득해주길 바란다”며 “주한 일본대사관 앞 소녀상을 어떻게 이전할 것인지 구체적인 계획을 묻고 싶다”고 언급했다. 또 “제3국에 위안부 기림비 등을 설치하는 것은 적절치 않고, 한국 정부가 성노예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기를 희망한다”는 뜻도 분명히 했다.

이에 대해 한국 정부는 “소녀상 문제는 관련 단체와의 협의를 통해 적절히 해결되도록 노력하고, 위안부 기림비 등의 설치는 지원하지 않으며, 공식 명칭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뿐임을 재차 확인한다”고 대응했다. 이 중 ‘소녀상 문제 적절히 해결 노력’은 공동 발표문에도 포함됐다.

TF 관계자는 “한국 정부가 약속한 것은 아니지만 일본이 이런 문제에 관여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겼다”고 지적했다.

TF는 또 위안부 합의 중 가장 논란이 됐던 ‘불가역적’이란 표현을 한국 정부가 먼저 제안했다고 밝혔다. 당초 취지는 일본 정부의 되돌릴 수 없는 사죄를 담보하기 위한 것이었지만 잠정 합의에서는 위안부 문제 해결의 불가역성을 의미하는 쪽으로 맥락이 달라졌다. 당시 청와대는 이 표현을 삭제해야 한다는 외교부의 검토 의견을 거부하고 이를 그대로 수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TF는 일본 정부의 책임 인정,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사죄 등은 과거 일본 정부 태도에 비춰 어느 정도 진전이 있었다고 평가했다. 다만 청와대 주도의 주고받기식 비밀 협상으로 그마저도 의미가 퇴색했다고 결론 내렸다. 그러면서 “위안부 합의는 조약이 아니라 정치적 합의”라고 강조했다. TF는 지난 7월 말 출범해 한·일 위안부 합의 과정이 담긴 외교문서를 검토하고, 관계자 면담 등을 진행해 왔다.

권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