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 기술의 발전으로 평균 수명이 크게 늘어나면서 90세가 넘는 고령 환자도 고난도의 심장수술을 받아 여생을 건강하게 보낼 수 있게 됐다.
보건복지부 지정 대한민국 유일 심장전문병원인 세종병원(이사장 박진식)은 최근 급성대동맥파열로 응급실을 찾은 91세 여자 환자를 대상으로 파열된 대동맥 대신 인공 혈관을 심어주는 인공혈관치환술을 성공적으로 시행했다고 27일 밝혔다.
이복규(가명·91·여) 씨는 얼마전 새벽녘 목을 부여잡고 갑자기 쓰러져 손자의 승용차편으로 메디플렉스 세종병원 응급실을 거쳐 경기도 부천시 세종병원으로 긴급 후송됐다.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죠. 엄마가 갑자기 쓰러질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어요. 건강에 문제도 없던 분이셨고, 90세가 넘으셨지만 스스로 식사는 물론 집안일까지 전부 하시는 분이셨으니까요”
보호자 김정숙(가명·여) 씨의 회고담이다. 김씨는 지금도 그날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다고 회고했다.
이 씨의 진단명은 급성 대동맥 박리.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으면 사망할 확률이 매우 높은 위험한 질환이었다.
주치의이자 집도의였던 흉부외과 김동진 과장(대동맥클리닉 진료과장)은 검사결과 환자가 고령이면서 흉막 내 혈액이 다량 고여있는 점, 부분적으로 심장을 누르는 소견을 보여 방치할 경우 사망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 김씨에게 수술을 권유했다. 극심한 흉통으로 고통스러워하는 환자를 그대로 두고볼 수 없었던 김씨는 수술을 받기로 결심했다.
의료진은 곧바로 환자의 가슴을 열어 파열된 상행 대동맥 부위를 제거하고, 인공 혈관으로 대체해주는 대동맥치환술을 시행했다. 이 씨는 수술 후, 큰 합병증 없이 건강을 회복, 최근 퇴원했다.
“자식 된 도리로 수술을 결정했지만 정말 많이 걱정됐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수술이 잘 되고, 이후 검사 결과에도 문제가 없다고 하시니 정말 감사할 따름입니다. 의학이 발달되어 연세 드신 분들도 희망이 있다는 것. 다른 분들에게 꼭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이번 수술을 집도한 흉부외과 김동진 과장은 “환자가 고령의 나이였지만 건강 상태가 나쁘지 않아 조심스럽게 수술을 권유할 수 있었는데, 기나긴 수술시간을 잘 이겨 내주셔서 감사하다”며, “건강하고, 행복하게 여생을 보내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급성대동맥질환은 적절한 치료가 없을 경우 사망할 수 있는 질환이므로 고령 환자들도 적극적으로 수술 치료를 고려해보아야 하며, 고혈압 또는 대동맥질환 가족력이 있는 경우에는 혈압 조절을 잘 해야 하고, 정기적인 검진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응급수술을 받고 건강을 회복한 환자 이복선 씨는 “다 산 세상 더 살게 해주셔서 감사하다”며, “새 삶은 살게 해주신 것 그것만으로도 감사하고 고맙다”고 병원측에 감사의 뜻을 전했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