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파일]“헬리코박터 제균(除菌) 치료로 장상피화생 호전되고, 위암 예방도 가능하다”

입력 2017-12-27 09:47

김나영
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한국인의 상당수가 위장질환을 앓는다. 자극적이고 불규칙한 식습관, 잦은 스트레스 등에 의한 소하장애가 주원인이다. 처음에는 가벼운 위염의 형태로 나타나다 점차 만성 위축성위염으로 발전하는 양상이다.

위축성위염이란 위의 표면인 점막이 만성 염증으로 얇아진 상태로, 만성 위염의 가장 흔한 형태 중 하나다. 대개 헬리코박터 파일로리(Helicobacter pylori) 감염으로 인해 발생한다. 위축성위염이 오랜 기간 지속되는 경우에는 위 점막이 장 점막과 같은 모양으로 바뀌는 장상피화생이 동반될 수 있다. 이 경우 정상인에 비해 위암 발생 위험이 무려 10.9배 정도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위암은 한국인에게서 두 번째로 많이 발견되는 암이다. 그만큼 치료법도 많이 발전했고 초기에 발견하면 비교적 간단한 방법으로도 완치가 가능한 질환이기 때문에, 항상 자신의 상태를 살피며 초기에 발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한, 그에 앞서 위암을 일으키는 위험요소를 최소한으로 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위축성위염과 장상피화생은 위암의 대표적인 전조 증상이므로, 빠르고 근본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필자는 2006년 2월부터 2015년 7월까지 분당서울대병원에서 상복부 불쾌감, 메스꺼움, 구토 등의 소화기계 증상을 보이거나 위암 정기 검진을 받은 환자 598명(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 음성군 65명,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 양성에서 제균 된 군 442명, 제균 되지 않은 군 91명)를 대상으로, 위축성위염과 장상피화생의 변화를 최대 10년 동안 전향적으로 추적 관찰했다. 그동안 1년, 2년, 3-4년, 5-10년 추적기간에 따라 위 전정부(위의 아랫부분)와 체부(위의 윗부분)에서 조직검사도 시행했다.

그 결과, 위축성위염은 물론 장상피화생도 헬리코박터 제균 치료에 의해 호전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위축성위염은 제균 후 1년 이내에 체부는 물론 전정부에서 많은 호전을 보여 헬리코박터 음성군과 의미 있는 차이가 없어졌고, 장상피화생은 위축성위염에 비해 다소 시간이 걸렸지만 제균 후 체부는 3년 후에, 전정부는 5년 후부터 헬리코박터 음성군과 차이가 없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헬리코박터 제균치료로 위축성위염은 체부에서 68.6%, 전정부에서 50.0%가 완전히 없어지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장상피화생은 체부에서 44.4%, 전정부에서 33.9%가 완전히 없어지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제균 치료로 위축성위염뿐만 아니라 장상피화생도 호전될 수 있으며, 이로 인해 위암 발생을 예방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근거가 된다.

이 연구는 장상피화생이 이미 일어난 이후라도 헬리코박터 제균 치료를 하는 것이 위암을 예방하는데 도움이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다만, 헬리코박터 제균 치료 후 장상피화생이 호전되기까지는 위축성위염에 비해 다소 시간이 오래 걸릴 뿐이다. 따라서 위암 예방 효과를 보려면 가능한 한 젊은 나이 때부터 헬리코박터 제균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이 연구결과는 근간 국제 학술지 ‘앨러멘터리 파마콜로지 앤드 테라퓨틱스’(AP&T)에 게재될 예정이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