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 반응도 뜨겁다. 각기 다른 두 명의 배우가 노모와 아들로 분해 내면으로 저장해둔 가족의 삶과 아버지의 기억을 유쾌하게 무대로 소환하면서 풀어가는 원맨쇼 맛은 단백하고 애절하며 배우들의 능청스러움은 눈물과 웃음으로 무대를 채우고 있다. 원맨쇼는 홀로 아들을 키운 노모와 아들의 삶이 녹여있는 <원맨쇼>다.
노모를 위한 ‘원맨쇼’ 아들을 향한 사랑의 ‘원맨쇼’
연극은 아들이 치매에 걸린 노모를 위해 다니던 직장에 1년간 휴직을 하고 엄마의 마지막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 연기와 노래를 배워 연극을 하는 것으로 설정된다. 노모는 6.25전쟁을 끝내고 비잔도를 빠져나와 28살에 남편을 만나 장사로 전국팔도를 돌았다. 포장마차와 한계령을 넘어 생선 장사를 해 IMF도 견디어내고 남편 죽음에도 억척스럽게 아들을 키워낸 인물이다.
노모의 삶에 등장하는 인물들과 그 기억을 소환하는 아들의 원맨쇼는 두 인물의 인생의 길목들을 속도감 있게 담아낸다. 장난감 도매상 사업실패로 여자 친구와 헤어지고 알코올 중독으로 결혼을 실패한 아들이 헤어진 여자 친구와 노모를 대상으로 하는 연극놀이 장면에서는 분노의 욕망과 실패자의 결핍이 노모를 향하고 엄마의 품은 깊어진다.
이 작품의 부제는 ‘엄마를 사랑하는 아들의 원맨쇼’지만 연극의 종점은 아들을 향한 노모의 원맨쇼로 반전을 이루고 있다. 능청스럽게 노모의 과거 삶을 소환하면서 전개되는 아들의 원맨쇼와 자식을 향한 노모의 애잔한 내면들이 장면으로 분할되고 겹을 이루면서 극은 온기를 감싼다. 참여하고 있는 배우들은 극중 인물 노모와 아들의 내면의 풍경을 다른 색감으로 칠하고 극을 탄탄하게 만들고 있는 것도 장점이다.
마지막 장면에서 아들은 노모의 고향 비잔도로 가 2개월 전 돌아가신 엄마 이야기를 꺼낸다. 추억을 소설로 쓰고 있다는 아들의 말과 아줌마의 대화를 통해 노모를 쫒아가던 관객 시선은 아들로 향하고 치매의 수수께끼가 풀어지는 반전에 전류가 흐른다. 아들을 향한 노모의 애잔한 사랑에 ‘어머니’를 가슴으로 부르게 된다.
배우들 연기의 맛이 다르다. 14명의 배우들이 노모와 아들 역할로 분해 원맨쇼 연극을 색감과 질감을 달리해 극을 탄탄하게 만들고 있는 것도 작품의 특징이다. 개성이 다른 연기력은 2인극 원맨쇼의 특별함이다. 아들은 치매에 걸린 노모의 기억을 소환하고자 의사, 아버지, 마징가Z으로 변신하고 댄스곡 ‘원 웨이 티켓’(one way ticket)을 틀고 노모와 아들이 춤을 추는 장면에서는 아들을 품에 넣은 노모의 애절함으로 전력이 일어나고 아들이 노모를 위해 작곡한 ‘엄마 일어나요’를 통기타로 치며 부를 때는 시대의 어머니를 깊게 새겨 넣게 만든다.
배우들의 연기력과 작품구성은 제17회 국제 2인극페스티발에서 우수작품상, 연기상(김담희)을 수상하면서 작품성도 인정받았다. 지난 22일과 23일에는 제7회 한울림 골목연극제에 오민애, 윤이준 배우팀이 초청돼 대구 관객들에게 높은 점수와 평가를 받았다. 극의 설정은 반전의 묘미를 주면서 배우들은 웃음으로 무대의 밀도를 좁히고, 노모와 아들의 삶의 풍경은 애잔함으로 작품을 감싸고 있다.
공동체 연극 ‘원맨쇼’
이번 작품의 특징은 공연예술인들의 ‘공동체연극’이라는 점이다. 극단이나 공연제작사에서 제작과 기획을 하고 작품선택과 일정한 연습기간을 거쳐 대학로 무대에서 공연되어지는 작품들과는 생산방식이 다르다. 이례적으로 14명의 배우들이 릴레이로 공연에 참여해 이색적인 원맨쇼 무대를 만들 수 있는 것은 배우들이나 공연예술인들이 주체적으로 참여하고 주도적으로 작품을 운영 할 수 있도록 공동체 연극(공연협동조합) 방식으로 만들어졌다.
일부 공연예술인들은 각자가 작품을 주도적으로 끌고 갈수 있다는 장점과 지속적인 공연제작과 공연 참여, 수입 균등분배, 장기제작 공연환경 마련, 공동운영방식으로 이루어지는 공동체 협동연극조합인 ‘지속가능한 공연을 위한 공연예술인 모임’(이하:지공연)을 환영했고 박장렬 연출이 산파 역할을 했다. 협동조합 방식 연극에 탑승하고자 하는 40대 이상의 배우 와 공연예술인(배우 20명, 스태프 5명)이 들이 조합원으로 가입해 제작한 공연이 <원맨쇼>다.
박장렬 연출은 조합원 스스로 공연선택권을 가지고 무대에 설 수 있도록 지속가능한 공연을 할 수 있는 공연시스템과 대학로의 기존 공연제작 환경을 극복하기 위해 국내 연극 환경으로는 처음으로 공동체 운영방식의 조합을 만들었다. 일정 소액의 가입비를 내고 공연협동조합(지공연)이 운영되는 방식이다.
이 운영방식에 탑승하고 있는 공연예술인들은 제작환경의 투명성, 건강한 연극제작 환경 생태계 조성을 위해 조합원 공동운영방식을 취하고 있는 ‘협동제작방식’에 만족하고 있다. 이번 연극(원맨쇼)은 관객들 호응이 좋아 내년 1월 21일 대학로 공유소극장 공연을 끝으로 부산(하늘바람소극장 1월 26~28일) 을 비롯한 전국 공연을 계획하고 있다. 김담희, 정성호, 오민애, 윤이준, 권남희, 장원영, 정아미, 이종승, 김담희, 공재민, 권기대, 신현종, 송예리, 맹봉학 배우가 노모와 아들로 분해 노모를 위한 ‘원맨쇼’ 아들을 향한 ‘원맨쇼’를 그려낸다. 가족 모두가 볼만한 연극이다.
▶박장렬 연출은 연극실험실 혜화동 1번지 3기 동인으로 1996년도에 연극집단 반을 창단해 그해 <리어-케첩과 마요>공연을 시작으로 올해까지 42개의 작품을 무대에 올렸다. 서울연극협회 3,4대 회장을 지냈다. 100만원 연극공동체 위원장을 엮임하고 현재에는 서울문화재단 비상임 이사와 극장나무협동조합 이사장과 극단대표이자 상임연출을 맡고 있다.
대경대 연극영화과 교수(연극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