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 “신세계 주35시간 근무는 꼼수… 조삼모사 임금삭감”

입력 2017-12-27 08:09
이마트의 한 매장에서 직원들이 카트를 정리하고 있다. 마트노조 이마트지부는 주 35시간 근무제가 사실상 임금 삭감에 해당한다며 제도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국민일보DB

신세계그룹이 내년 1월부터 대기업 최초로 주 35시간 근무제를 시행한다고 밝힌 데 대해 노동계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노동계는 인원을 늘리지 않고 근로시간만 단축하는 건 ‘꼼수’라며 전국적으로 이에 반발하는 기자회견을 확대하고 있다.

신세계는 지난 8일 일과 삶의 균형을 강조한다며 주 35시간 근무제를 도입한다고 발표했다. 여기에 임금은 줄이지 않고 근로시간만 단축해 매년 임금인상을 고려하면 오히려 임금이 늘어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노동계의 생각은 다르다. 문재인정부가 공약한 최저임금 1만원 시대가 되면 계산원, 판매사원 등 이마트 전문직 직원이 받는 월 급여가 최저임금에 미치지 못해 사실상 임금 삭감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마트노조는 신세계의 노동시간 단축이 조삼모사(朝三暮四)라고 주장한다. 최저임금이 2020년에 1만원이 된다고 가정하면 월 209시간 노동자는 209만원을 받는 데 비해 183시간인 이마트 노동자는 183만원밖에 받지 못하게 된다는 계산이다. 당장 보기에는 노동시간 단축이 직원들을 위한 것으로 비칠 수 있지만 갈수록 신세계 직원의 월급은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하게 된다는 것이다.

노동시간 단축이 오히려 노동 강도를 높인다는 지적도 있다. 현장에서는 오전조와 오후조가 동시에 근무하는 시간이 2시간 줄어들게 되기 때문에 노동 강도가 세질 것이라고 우려한다. 마트노조 정민정 사무처장은 26일 “사측에 인원 충원 계획을 밝히라고 얘기했지만 인원 충원은 없다고 하고 있다”며 “마트는 일이 시간에 딱 맞춰 끝나지 않는다. 인력 충원이 없으면 영업시간을 단축해도 노동 강도는 줄어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내년부터 이마트 영업종료 시간을 자정에서 오후 11시로 단축하는 것 역시 비용 줄이기에 불과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야간 시간대에는 매출이 적고 최소한의 인력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야간수당 등의 인건비와 부대비용 등을 줄이기 위한 선택일 뿐이라는 지적이다. 실제로 일부 이마트 매장은 영업종료 시간을 오후 11시로 당기면서 직원들에게 주던 교통 수당을 없앴다.

이에 대해 신세계 측은 근무 시간을 탄력적으로 조정해 노동 강도를 조정할 수 있다고 반박한다. 신세계 관계자는 “교대하는 시간이 줄어들면 발주에 손이 많이 가지만 자동 발주 시스템으로 조정할 수 있다”며 “임금 삭감 주장 역시 2∼3년 뒤 상황을 가정해 주장하는 건 무리가 있다. 임금단체협상에 따라 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심희정 기자 simc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