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천 화재 참사 발생 4시간 뒤인 오후 8시1분 가족과 20초 동안 전화 통화를 했다는 희생자의 휴대전화가 발견됐다. 희생자 시신이 수습된 6~7층 사이 계단이 아닌 3층 계단에서 수거됐다. 소방당국의 늑장 구조 논란을 부른 ‘8시1분 통화’의 미스터리가 풀릴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충북경찰청 수사본부는 26일 “화재 당일인 21일 오후 8시1분에 통화한 것으로 추정되는 안모(58)씨 휴대폰을 25일 3층 사우나 계단에서 발견했다”고 밝혔다. 과학수사팀이 화재 현장을 정리하던 중 타다 만 바지를 발견했고 주머니에서 휴대전화를 찾았다. 형체도 온전한 것으로 전해졌다.
휴대전화가 발견된 곳과 안씨 시신이 수습된 곳이 달라 통화가 실제 이뤄졌는지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안씨는 발견 당시 사우나 반바지를 입고 있었는데, 본인 바지를 들고 가다가 떨어뜨렸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안씨의 여동생은 불이 난 뒤 4시간 후인 21일 오후 8시1분에 20초 동안 통화한 기록을 이날 공개했다. 안씨의 아들(24)은 제천서울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빈소에서 “고모가 건 전화가 연결됐을 때 아버지 전화기에서 아무런 목소리도 듣지는 못했다고 한다”며 “아버지나 다른 생존자가 걸려온 전화를 받았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통화기록이 사실이라면 최초 화재가 신고된 시간이 이날 오후 3시 53분인 것을 고려할 때 불이 난 뒤 무려 4시간 뒤에도 생존자가 있었다는 얘기가 된다. 하지만 불이 난 직후 건물이 화염과 유독가스에 휩싸인 것으로 볼 때 생존 가능성은 사실상 낮다. 현직 소방관이라고 밝힌 이는 인터넷에 호흡기를 낀 소방관들도 버티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보호장구가 없는 희생자들이 장시간 생존했을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다.
논란이 된 휴대전화가 수거되면서 ‘8시1분 통화’ 미스터리를 푸는데 한발 다가서게 됐다. 경찰은 유족 동의를 받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안씨 휴대폰 감식을 맡기기로 했다. 경찰은 당시 통화했다는 안씨 여동생의 휴대전화 통화기록을 통신사에 요청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정지용 기자 jyje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