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문 깨고 들어갔어야 했다?… 현직 소방관 “피해 더 컸을 것”

입력 2017-12-26 17:45
사진=뉴시스

29명의 생명을 앗아간 충북 제천 화재 진압과정에서 소방당국이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비판과 함께 ‘왜 유리창을 깨고 진압활동을 하지 않았냐’는 비난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소방당국은 진압활동이 ‘소극적이었다’는 비판에 대해 산소가 갑자기 들어가면 불길이 거세지는 ‘백드래프트’ 현상을 염려해 유리창을 깨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유족대표단은 지난 23일 진행된 합동 현장감식을 참관하고 “2층 여성 사우나에 들어가보니 바닥에 그을음이 가라앉았을 뿐 불에 탄 흔적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화재가 없었던 만큼 유리창을 깼다 하더라도 백드래프트를 우려할 상황이 아니었다. 소방당국은 유리창부터 깨고 구조작업을 했다면 환기가 돼 유독가스에 이렇게 많은 사망자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소방당국 관계자는 “현장에 도착했을 때 화재 건물 옆에 2t 용량의 가스탱크가 있었다”라며 “만약 불길이 번져 가스탱크가 폭발하면 반경 3㎞까지 피해가 번질 수도 있었다”고 해명했다.

이같은 논란에 25일 자신을 현직 소방관이라고 밝힌 네티즌 A씨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소방관의 입장에서 사건을 봐 달라며 장문의 글을 올렸다. A씨는 사고 당시 2층 유리창을 깨고 진압했다면 백드래프트 현상이 생겨 불길이 건물 전체로 퍼져나가 더 큰 위험을 초래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A씨는 당시 건물 2층 창문 미개방은 진압대장의 현명한 판단이라고 했다. 그는 “당시 2층 창을 개방했다면, 바로 산소가 유입되고 건물 전체로 불길이 돌게 된다”며 “당시 옥상에서 구조를 기다리는 분들은 말 그대로 수천도의 가스불을 아래서 피워올리는 상태가 되는 것”이라고 했다.

A씨 또 “유족들은 그 농연(濃煙 아주 짙은 연기) 속에서 본인의 가족들은 몇시간이고 생존했을거라 믿고 싶겠지만 냉정하게 말해서 공기호흡기를 착용하지 않으면 소방관도 농연속에서는 생존할 수 없습니다. 생존 가능성이 없는 분보다는 생존 가능성이 높은 사람을 구하는게 구조의 원칙”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2층 창을 개방했다면, 아마 건물에서 단 한사람도 살아서 못 내려왔을 겁니다. 그리고 화염에 휩싸인 철골조 건물이 버틸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서 무너졌을거라 생각합니다”라고 주장했다.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A씨는 소방관에 대한 시민들의 호의적이지 못한 시선과 함께 불법주차와 소방차 출동 시 길을 적극적으로 터주지않는 현실 등 부족한 시민의식 대해서도 아쉬움을 털어놨다.

그는 “사회는 소방관들에게 무조건적인 헌신을 바라는데, 소방관도 사람이다. 구조대원이 먼저 살아 있어야 구하려는 사람도 구할 수 있습니다. 그날 화재현장에서 소방관 한 명이 아닌 출동한 대원 모두 죽었다고 해도 2층에 갇힌 사람은 구할 수 없었다”라고 썼다.

이어 “사건이 터지면 사람들은 소방관이 30초도 안돼서 현장에 ‘뿅’하고 나타나기를 바랍니다. 왜 안오냐고 소리를 지르고 난리가 난다. 그러나 이미 길은 꽉 막혀서 아무도 안 비켜준다”라며 시민의식에 대한 아쉬움을 나타냈다.

그러면서 “현장까지 5분 안에 도착을 해야 하지만 정작 불법주차로 인한 시간낭비는 목조건물이라면 붕괴될 시간인 ‘최성기’ 5분을 넘긴 시간이고 내화건물은 20분 정도이지만 유독가스가 더 많이 나오기 때문에 건물은 연기로 가득찬 상태일 것”이라고 했다. 이어 “소방관 증원 소식에 대해서는 단순한 일자리 창출 문제가 아니라 여러분의 목숨을 구하는 것으로 생각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안태훈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