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살·불길 헤치고…’ 2017년 빛낸 시민 영웅들

입력 2017-12-26 16:03
강원체고 수영부 김지수(19)·성준용(19)·최태준(19)군. 뉴시스

다사다난했던 2017년, 위험천만했던 사고 현장에는 소중한 생명을 살린 시민 영웅들이 있었다. 행정안전부는 전국재해구호협회와 함께 ‘참 안전인’ 12명을 선정해 이들의 용기 있는 선행을 격려하기로 했다.

여기에는 소중한 목숨을 살려낸 학생 영웅들도 포함됐다. 지난달 1일 강원 춘천시 의암호 주변에서는 “사람 살려” 하는 위급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50대 여성이 차량과 함께 물에 빠져 익사 위기에 처했다. 근처에서 체력훈련을 하다 외침을 들은 강원체고 수영부 김지수(19) 성준용(19) 최태준(19)군은 주저 없이 물속으로 뛰어들었다. 20m가량 헤엄쳐 이 여성을 구조했다.

당시 학생들은 “무섭다고 생각할 틈이 없었어요. 생명이 제일 소중하잖아요. 구해야겠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어요”라며 어른스럽게 말했다.

광주 광산구 소촌동 송정지하차도에서 갑자기 쏟아진 폭우에 승용차가 잠겨 있는 모습. 뉴시스

지난 7월 폭우가 쏟아진 광주 광산구에도 시민 영웅이 등장했다. 송정지하차도에는 밀려든 진흙탕물이 어른 키만큼 찼고, 미처 빠져나오지 못한 승용차가 유리창과 지붕만 드러낸 채 떠 있었다. 이 때 흙탕물 속으로 뛰어든 사람은 주변을 지나던 최현호(38)씨였다. 그는 차 밖에서 허우적대던 일가족 3명을 구조했다.

이후 안도의 숨을 내쉬던 최씨는 “뒷좌석 카시트에 7개월 된 아들이 있다”는 절규를 듣고 다시 물속으로 뛰어들었다. 차 안을 수색해 아이를 찾았고, 물 밖으로 구조해낸 뒤에도 쉬지 않고 인공호흡을 해 생명을 살려냈다.

올 한 해 물살을 헤친 의인은 많았다. 지난 6월 충남 서산시 벌천포 인근 바다에서 물에 빠진 사람을 구조한 이영우(53)씨와 지난 7월 전북 장수군 금강에서 급물살에 휩쓸린 어린이를 구한 이상래(41)씨 등이 수상자로 선정됐다.

불길을 뚫고 생명을 구한 시민들도 있다. 지난 8월 전남 나주시 자동차전용도로에서 교통사고로 발생한 차량 화재에 휩싸인 운전자를 구해낸 것은 최규명(54) 최민호(22) 부자(父子)였다. 아버지 최씨는 사고 차량 운전석 유리창에 작은 틈이 있는 것을 발견하고 운전자를 운전석으로 오도록 해 구조했다. 그러는 사이 아들 민호씨는 119에 신고한 뒤 아버지를 도왔다.

지난 9월 경기 광명시 화재 진화 도중 화상을 입은 양태석(52)씨, 지난 3월 앞집에서 불이 난 것을 알아차리자마자 80대 이웃 노인을 구한 권봉희(63)씨 등도 ‘참 안전인’에 이름을 올렸다.

고속도로에서 빗길 교통사고로 전복된 차량 운전자를 무사히 구조한 전북대 학군단 교관 임용구 소령. 뉴시스

지난해 11월 경북 칠곡군 소재 자동차야영장 화재 당시 텐트 안으로 들어가 어린이 2명을 구한 백승범(31)씨는 손과 허벅지에 화상을 입으면서도 생명을 구하는 일이 우선이었다. 군인 임용구(37) 소령은 지난해 말 빗길에 대전남부순환고속도로에서 교통사고로 전복된 차량을 119에 신고했다. 차량 정체로 구조대의 도착이 늦어지자 의료지도 의사의 지시에 따라 운전자에게 응급처치를 하고 직접 병원으로 이송했다. 모두 ‘참 안전인’ 수상자로 선정됐다.

‘참 안전인’은 행안부 등 각 중앙부처와 지방자치단체가 추천하거나 언론, 인터넷 등에 보도된 후보자를 공적심의위원회가 심의해 최종 선정한다. 김부겸 행안부 장관은 “생명을 구하고자 위험한 상황에 적극 뛰어든 의인들의 용기와 고귀한 정신에 경의를 표한다”며 “앞으로도 사회의 귀감이 되는 분들이 존경받는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시상식은 2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다.

문지연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