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가마다 주렁주렁 충북 영동은 ‘감 고을’이다. 지난 17일 영동 곶감 축제가 성황리에 진행됐다.
하지만 축제의 열기가 식은 후 남은 것은 대봉감 산지 폐기. 먹어도 좋을 상태인 감을 대거 폐기해야 하는 안타까운 일이 일어나고 있다.
올해 대봉감 풍년이 들어 평소보다 많은 양의 감이 수확된 것이 그 이유다. 대봉 소비는 계속 줄어들고 있는데 정부의 대책은 수출지원뿐인 상황.
충북 영동군 상촌면 물한리에 위치한 물한계곡교회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목사 사용설명서’ ‘우리들의 작은 천국’ 등의 책을 쓰기도 한 물한계곡교회 김선주 목사는 이 상황을 이렇게 표현했다.
‘곶감이 무서운 이유’
첫 번째, 곶감은 짧은 시기에 노동력을 집중시켜야 하는 일입니다. 그래서 곶감을 다 깎고 나면 녹초가 되어 병원에 입원하기도 합니다.
두 번째, 감을 따기 위해 몇날 며칠 나뭇가지에 매달려 살아야 합니다. 삐끗하면 추락..
목숨을 걸고 해야 하는 일입니다.
세 번째, 곶감에 녹아있는 노동의 대가를 인정받지 못 하는 것이 가장 무서운 일입니다.
실제로 작년에 이웃마을에서 감을 따다가 추락사 하는 일도 있었다고 한다.
이런 가운데 경기도 성남 분당 만나교회(김병삼 목사)가 올해 크리스마스 영동지방의 산타로 나섰다.
만나교회는 물한계곡교회에서 보내준 곶감과 안타까운 사연을 듣고 전 교인에게 크리스마스 선물로 곶감을 나눠 주기로 결정했다.
바로 다음 날 영동에서 700kg의 곶감을 받아 모든 교역자와 음악부원들이 밤늦도록 포장을 하며 뜨거운 크리스마스 이브 밤을 보냈다.
이 나눔은 지난 4월 부활절 계란 먹은 셈 치고, 커피 한 잔, 밥 한 끼 먹은 셈치고 어려운 이웃을 돕는다는 취지를 가지고 시작한 ‘한셈치고’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거리마다 울려 퍼지는 캐럴과 화려한 장식의 트리들이 올해도 크리스마스가 다가옴을 알리지만 우리의 마음까지 따뜻함이 전해지는 크리스마스의 본래 모습은 많이 퇴색된 듯하다.
유흥문화로 성탄의 의미는 사라지고 예수님 탄생의 기쁨은 사라진지 오래다.
크리스마스의 주인공은 아니지만, 성탄의 기쁨을 나눌 때 빠짐없이 등장했던 산타클로스의 역할은 사랑을 담은 선물을 전해주는 것이다.
이제는 선물을 바라는 아이의 모습에서 한 걸음 성숙하여 내가 직접 산타가 되어보는 것은 어떨까.
추운 겨울 물한계곡 교회 그리고 영동지방의 산타가 되기로 한 만나 교회의 모습이 많은 교회들의 감동이 되기를 바라며 동참을 기다리고 있다.
다음은 분당만나교회 김병삼 목사의 크리스마스 성탄절 설교이다.
‘곶감’이 무서운 이유 - ‘곧 감’
이 제목이 잘 이해가 안 되는 분들을 위해 조금 장황한 이야기를 해 보려고 합니다.
한 주간 허리가 아파 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았습니다.
집에 돌아와 보니 아주 투박한 상자가 있더군요. 생각보다 많은 양의 ‘곶감’이 영동의 물한 계곡으로부터 선물로 왔습니다.
여기저기 곶감을 나눠주고 보내준 목사님에게 감사의 문자를 보냈더니, “곶감 때문에 많이 어려워하는 영동의 농민들을 생각해 줬으면. . .“하는 글이 답신으로 왔습니다.
스치고 가는 장면이 있었습니다. 너무 곶감이 많이 열려 팔아도 손해가 나니, 트랙터로 밀어버리는 농민들의 사진 말입니다.
크리스마스에 ‘오버하는 사랑’에 대한 말씀을 준비하며, 크리스마스를 묵상하고 있었는데 . . .
그런데 조금은 무모한 일이죠. 23일에 갑자기. . .
그래서 전화를 했습니다. 그 마을에 곶감이 얼마나 있는지, 그리고 하루 안에 곶감을 분당까지 가져다 줄 수 있는지.
그래서 천만 원쯤 우리가 사 주면, 전 교인들에게 곶감 하나씩 크리스마스 선물로 줄 수 있고 그곳 농민들에게도 도움일 될 것 같다는 것 말이죠.
그런데 자꾸 ‘오버하는 사랑’이 머릿속에 맴돌기 시작했습니다.
그냥 교인들에게 줘도 되지만, 예쁘게 포장을 해 주면 어떨까? 그런데 문제는 크리스마스 예배에 참석하는 교인들이 어림잡아도 7천명은 넘을 것 같은데 어떻게 포장을 할지,
그리고 24일 하루 만에 그 곶감을 어떻게 가져올지, 머리가 복잡해지더군요.
제 사무실 사람들과 의논을 했고, 자원하는 사람들을 모집하기로 했습니다. 나머지는 목회자들이 채우고. .
그렇게 주일 예배를 마치고,
영동에서는 물한계곡으로부터 목사님이 직접 트럭을 타고 곶감을 가져왔고, 저녁부터 작업이 시작되었습니다.
일찍 집으로 들어가지 못한 목회자들은 밥 때를 놓쳐 집으로 돌아갔고,
허리가 아파 퇴원한지 며칠 만에 다시 허리가 아파오기 시작하고,
자원한 교인들은 음식들을 하나씩 가지고와 늦은 저녁을 먹기 시작했습니다.
참 오랜만에 크리스마스이브를 함께 보낸다고,
그리고 오늘의 수고가 내일 아름다운 크리스마스를 맞을 것 같다는….
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