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군 간부, 병사들에 ‘서로 때려라’ 가혹행위… 軍은 은폐” 주장

입력 2017-12-26 10:33 수정 2017-12-26 10:41

공군 간부가 병사들을 불러 ‘서로를 때리라’는 명령을 하거나 직접 뺨을 때리는 등 가혹행위를 일삼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피해 병사들이 이런 사실을 신고했음에도 군은 사건을 은폐·축소하기 위해 병사들을 회유하고 협박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군인권센터는 26일 “공군의 한 대공방어대 간부 A씨가 수하의 병사들을 장기간에 걸쳐 반복적으로 구타하고 가혹행위, 성희롱 등을 했다”며 “피해 병사들이 8개월간 4차례나 신고했음에도 가해자는 주의 조치만 받았다”고 주장했다. 군인권센터에는 A씨가 지난해 말부터 올해 4월까지 병사 5명에게 지속적으로 구타와 가혹행위를 했다는 제보가 접수됐다. 병사 두 명을 불러 서로를 때리라고 시키거나, 자신이 직접 병사들의 뺨을 때렸다는 것이다.

제보자는 A씨가 병사들에게 “이 XX” “어유 저 XXXX” 등 폭언도 일삼았다고 주장했다. 점심시간에 일찍 사무실로 복귀한 병사가 자신의 수면을 방해했다는 이유로 “너는 집에서 아버지가 주무시는데도 그렇게 들어오느냐”고 윽박지르기도 했다고 한다.

병사의 가족을 언급하며 성희롱 발언을 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여동생을 부모 초청 행사에 함께 데려오라고 하면서 “여동생은 너무 어려서 안 될 것 같고 누나 정도면 내가 어떻게 해볼 만하지 않겠어” “내가 매형이 될 수도 있어” 등의 발언을 했다는 것이다. 이 외에도 병사들에게 개인 빨래와 설거지 등 사적인 심부름을 시키기도 했다고 센터 측은 전했다.

피해 병사들은 상부에 이 같은 상황을 신고했다. 센터 측은 “병사들이 부대장에게 두 차례 피해신고를 했지만 별다른 조치가 없었다. 그러자 병사들은 더 윗선에 신고했고 조사가 진행됐으나 감찰실에서 ’신고 안 하는 게 너희를 위해 더 좋다’는 식으로 회유했다”고 주장했다. 조사 결과 A씨에게 내려진 조치도 ‘주의’에 불과했고 이마저 ‘3개월 유예기간’을 둔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 병사들은 A씨와 계속 한 공간에서 근무해야 했다.

그러자 피해 병사들은 지난 9월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 과정에서도 군 감찰실은 “사실이 아닌 것을 적으면 가만두지 않겠다”는 식의 협박을 했다고 센터 측은 주장했다. 군인권센터 관계자는 “군의 감찰 관계자는 가해자를 옹호하고 도리어 피해자를 무고죄 등으로 겁박하는 행태를 보였다”고 비판했다.

공군 측은 “공군본부 차원에서 조사를 통해 명확한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관련 규정과 절차에 의해 엄정하게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