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파일] 밥을 잘 먹는데도 살이 안 찌는 아이들

입력 2017-12-26 09:55

이혁재
소아시한의원 대표원장

밥을 잘 먹는데도 살이 안 찌는 아이들이 있다. 밥 먹는 것만 보면 기운이 없거나 힘들 이유가 없는데 먹은 그 음식들이 다 어디로 갔는지 허약한 우리 아이를 보는 부모는 속이 타들어간다.

부모는 급한 마음에 좋다는 건강식도 이것저것 먹여보지만 아이는 별로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우리 아이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어느 순간부터는 갑자기 시력도 뚝뚝 떨어지고 키도 잘 안 큰다.

이런 아이들을 한방에서는 ‘음허(陰虛)증’에 빠졌다고 설명한다.

음허는 선천적으로 신장의 기운을 약하게 타고 나서 발생되는 병인(병의 원인)인데 음허가 있는 아이들은 머리 위쪽으로 열이 잘 올라간다.

음허(陰虛)로 인해 발생된 열(熱)은 아이들이 먹은 영양분을 먼저 소모해 버린다.

아이들은 음허열로 소모되고 남은 영양분을 가지고 성장도 해야 하고 신체 활동도 해야 하니 살도 안찌고 잔병이 많아진다.

한창 성장기에 있는 아이들은 신체의 각 기관이 기능을 잘 발휘하고 성장하는데 에너지를 집중한다.

그러나 음허(陰虛)의 병인을 가지고 있는 아이들은 부족한 영양분으로 성장을 해야 하니 살도 잘 안찌고 시력도 급속하게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음허가 있는 아이는 보통 열이 많아 찬 것을 좋아하고 더운 것을 싫어하고 성격도 급한 편이다.

밤에 자면서 땀을 흘리기도 하고 밤새 열을 발산하기 때문에 아침에 일어나는 것을 무척 힘들어 한다. 머리 위로 올라간 열은 시력저하 비염 중이염 아토피 피부염 등을 유발시킨다.

음허가 있는 아이들은 공부를 해도 집중력이 떨어지기 쉬우므로 능률이 잘 오르지 않는다. 또 허리와 하체의 힘이 약하므로 걷는 것을 싫어하고 오래 앉아 있는 것도 힘들어 한다.

음허의 병인 때문에 공부할 때 집중력이 떨어지기 쉬운데 이 사정을 잘 모르는 부모는 아이가 산만하다고 생각하기 쉽다.

음허의 병인(病因)이 있는 경우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다시 건강해질 수 있다. 아울러 머리나 눈 코 귀 쪽으로 열이 오르지 않아서 시력과 집중력이 좋아지고 비염 중이염 등과 같은 질환도 예방할 수 있다.

요즘은 유치원에도 안경을 쓴 아이들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요즘 아이들 시력이 급속하게 저하되는 원인은 컴퓨터와 TV 스마트 폰 등에 과다하게 노출된 환경적 요인도 있지만, 필자는 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아이가 가지고 있는 어떤 병인(병의 원인)에 의한 것으로 본다.

성장하는 아이들에게 갑자기 시력 저하나 비염 집중력 저하 등이 생긴다면 보다 근본적인 원인인 병인(病因)을 먼저 파악하고 적절한 처방으로 치료해줄 필요가 있다. 그래야 기초체력이 좋아져 근골격계 성장 뿐만 아니라 뜻밖의 시력 저하도 막을 수 있게 된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