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혁재
소아시한의원 대표원장
학교나 유치원을 잘 다니다가 갑자기 다니기 싫다고 떼쓰는 아이가 종종 있다. 이런 아이들을 자세히 보면 눈을 찡그리거나 어깨가 딱딱하게 굳어 있거나 두통을 호소하기도 하며 시력이 급속하게 떨어지는 경우도 있다.
부모 입장에서는 학교에 들어가면서 예전보다 책을 많이 봐서 그렇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모든 어린이들이 입학 후 시력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무엇인가 다른 원인이 있지는 않은지 살펴보아야 한다.
이런 경우 시력이 떨어지는 원인은 스트레스 때문인 경우가 많다. 한의학에서는 이를 ‘칠정(七情)의 부족 또는 손상’으로 풀이한다.
칠정이란 한마디로 희로애락과 스트레스 불안 등의 감정 장애가 발생했을 때 생기는 병인(병의 원인)을 일컫는다.
칠정의 병인(病因)이 있는 아이들은 기혈순환이 원활하지 못하여 시력저하나 신체적인 기능저하가 발생한다.
칠정의 병인을 가지고 있는 아이들은 유난히 생각이 많고 짜증을 잘 내며 다른 아이들에 비해 가족이나 친구들과 갈등이 있는 경우가 많다.
칠정이 있는 아이들은 학교 입학 후 단체 생활에서 또래에 비해 더 많은 스트레스가 쌓일 수 있다.
더구나 요즘 교과 과정은 예전에 비해 훨씬 어려워져서 공부의 어려움 때문에 겪는 스트레스도 적지 않다 이렇게 아이에게 스트레스가 자꾸 쌓이다 보니 기혈 순환이 원활하지 않고 신체 기능이 저하되면서 시력이 떨어지는 것이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아이들은 교감신경이 지나치게 흥분하여 심장 박동이 빨라지고 신경도 예민해 지면서 에너지 소모가 많아진다.
아이들은 신체적으로 급속하게 성장하고 발육될 때 흡수한 영양분의 대부분이 성장을 위해 사용된다.
눈은 인체 중에서 가장 에너지 소모가 큰 기관인데 급성장하는 시기에 예민한 아이가 스트레스를 너무 많이 받으면 에너지가 고갈되어 눈이 사용할 수 있는 영양분이 부족해지기 쉬우므로 시력이 떨어질 수 있다.
칠정(스트레스) 때문에 힘들어하는 아이에게 가장 좋은 치료법은 칭찬과 격려를 많이 해주는 것이다. 칭찬은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찾아서 많이 해주면 해줄수록 좋다.
격려는 아이가 무엇인가 잘 못 했을 때 꾸중 대신 하는 것이다. 칭찬과 격려로 부모와 소통이 원활해졌다면 아이를 데리고 밖으로 나가서 함께 걷기도 하고 뛰어다니게도 해보자.
아이를 누르고 있던 긴장이 풀리면서 아이의 면역력도 좋아지고 시력 회복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