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명의 희생자를 낸 충북 제천시 스포츠센터 ‘화재 참사'와 관련해 최근까지 전 건물주 아들이 건물의 소방 안전관리를 직접 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25일 제천소방서 등에 따르면 이 스포츠센터 건물은 2011년 7월, 사용 승인이 났다. 그 뒤로 올해 7월까지 박모 씨가 건물 소유주였다. 건물 완공 뒤 자금 상황이 어려워진 박 씨는 2013년부터 건물 관리에 거의 손을 못 댄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8월 경매로 소유주가 바뀌기 전까지 박씨의 아들이 직접 소방 점검을 하면서 소방관리가 부실했다는 의혹도 나오고 있다. 지난해 7월20일부터 31일까지 11일 동안 진행된 소방시설점검은 건물주의 아들이 직접 진행했다. 이 때문에 건물 점검이 상대적으로 느슨했을 것이란 추측이 나온다.
현행법(소방시설법)상 불이 난 건물은 연 1~2회 소방시설관리사자격증 소유자 및 민간 전문업체에 소방시설 작동기능점검을 받아야 한다. 점검 결과는 한 달 내 관할 소방서에 내야 하며 소방서는 이에 따라 시정을 요구하고 그 조치를 재점검하도록 돼 있다.
현행법은 건물주 가족은 물론 건물주도 직접 소방 안전 점검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건물주 아들은 2012년 10월22일 ‘소방안전관리자’ 관련 자격을 취득했다.
실제로 지난해 8월 제천 소방서에 제출한 이 건물 소방안전점검 보고서에는 소화기 충전 필요, 비상조명 등 교체 등만 지적됐다. 피난시설 간이 완강기와 경보설비, 스프링클러 등 소방설비 대부분은 ‘이상 없음’이었다. 제천소방서는 이 보고서를 토대로 경미한 지적 사항에 대해 시정명령만 내렸다.
2015년 소방안전점검에서도 큰 문제점은 보고되지 않았다. '아무 이상이 없다'는 보고서를 냈고 소방안전점검 서류를 늦게 제출해 과태료 50만 원을 부과받았다.
지난 8월 경매로 이 건물을 인수한 현 건물주 이씨는 소방 안전점검을 외부업체에 맡겼다. 이 업체는 지난달 30일 소방 점검을 통해 스프링클러 배관 누수, 소화기 불량, 화재 감지기 작동 불량, 피난 유도등 불량 등 소방안전 불량을 지적했다.
하지만 현 건물주 이씨는 소방시설에서 물이 새자 1층 로비 알람 밸브를 폐쇄해 스프링클러 작동을 막은 사실도 알려졌다.
스포츠센터 전 직원 A씨는 “경제적으로 힘드니까 돈 들어가는 관리를 잘 못했다. (스프링클러 밸브는) 물이 한 번 터지는 바람에 잠갔다”고 증언했다.
외부업체에서 진행한 소방안전점검보고서는 아직 소방당국에 공식 제출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지난 21일 화재 직후 경찰과 소방당국이 이를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제대로 된 소방 점검과 시정 조처가 있었다면 이번 참사를 막을 수도 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행법대로라면 점검 결과를 받은 소방서 측은 이를 토대로 건물 안전 및 유지 관리를 위해 시정 여부를 현장에서 점검해야 한다. 하지만 인력 부족 탓에 후속 조치 점검을 매번 확인하는 것이 어렵다는 게 업계의 반응이다.
전 건물주 박 씨를 한 차례 조사한 경찰은 추가로 박 씨를 불러 조사할 예정이다.
박효진 기자 imher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