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미국에 본사를 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텀블러에 미성년자 여동생 성폭행 모의 글을 올린 게시자를 찾기 위해 텀블러 측에 수사 협조를 요청한 것으로 25일 확인됐다. 게시물 속 여성을 찾을 수 없어 수사가 종료됐다는 이야기도 나왔지만 사실이 아니었다.
그동안 해외 SNS 기업은 국내 수사 때 정보 공유에 비협조적인 것으로 알려져 각종 성범죄의 온상이 돼 왔지만 경찰은 이번에는 다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경찰청 관계자는 “텀블러 측이 협조한다면 게시자의 신원을 파악해 글의 진위와 여성의 피해 여부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텀블러에는 이달 초 미성년자 여동생의 알몸 사진과 함께 성폭행할 사람을 모은다는 글이 올라왔다. 텀블러는 인터넷 블로그처럼 사용할 수 있는 SNS다. 글쓴이는 “여동생이 초등학교 5학년일 때부터 성폭행을 해 왔다”며 “원하는 사람은 댓글을 달라”고 적었다. 해당 글은 2000회 넘게 리블로그(공유)됐고 9000여개의 ‘좋아요’를 받았다. 글쓴이의 범죄행위에 동조하고 싶다는 댓글도 1만개 이상 달렸다.
논란이 불거지자 시민단체가 해당 글을 경찰에 신고했다. 게시글에는 피해자로 추정되는 여성의 이름 중 두 글자와 학교 이름이 기재돼 있었다. 하지만 경찰이 확인해본 결과 사진 속 얼굴과 이름, 학교가 모두 일치하는 인물은 없었다.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게시자가 특정되지 않자 경찰청과 관련 자료를 공유하고 공조 수사를 진행했다.
텀블러는 그동안 한국 정부의 각종 요청에 비협조로 일관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에는 텀블러의 각종 음란 게시물이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자 방송통신위원회가 자율심의 협력을 요청했지만 텀블러 측은 “우리는 미국 기업”이라며 거절했다. 한국 경찰과의 공조가 이뤄진 경우도 드물었다.
경찰은 그러나 미국 수사기관의 주선으로 텀블러 측과 대화를 나눴고 “수사 협조에 조금 더 긍정적으로 나서겠다”는 답변을 받았다. 텀블러가 전향적으로 나오면 해외 SNS 기반 성범죄에 대한 수사가 활로를 찾게 된다.
이번 사건 전에도 해외 SNS는 경찰 수사의 사각지대로 인식돼 왔다. 이를 반전시킨 계기는 ‘강남패치’ ‘한남패치’ 사건이었다. 지난해 6∼7월 인스타그램 해당 계정에는 일반인의 사진과 함께 ‘사생활이 문란하다’ ‘유흥업소에서 일한다’는 내용의 글들이 올라왔다. 피해자들은 명예훼손 등 혐의로 해당 계정을 신고했고 인스타그램의 협조로 경찰은 계정 운영자를 검거했다.
인스타그램 관리자인 페이스북코리아 관계자는 “해외 SNS는 수사 협조가 전혀 안 된다는 얘기들이 있는데 사실이 아니다”며 “협력 요청이 들어오면 국내법과 미국법 등을 검토한 뒤 필요하면 협조하는 절차를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수치로도 입증된다. 페이스북은 올해 상반기 한국 정부의 수사 관련 데이터 요청 중 51%를 수용했다는 보고서를 내놨다. 협조 요청 중 절반은 받아들여진다는 뜻이다.
국내 SNS는 해외에 비해 수사 협조가 잘 이뤄지는 편이다. 다만 인터넷을 제공하는 통신사들이 인터넷 프로토콜(IP) 로그 기록을 3개월 정도만 보관하기 때문에 한계는 있다. IP 로그 기록은 누가, 언제 해당 사이트에 접속했는지를 알려준다. 서울의 한 경찰서 사이버수사팀장은 “해당 정보가 있어야 피의자 특정이 가능하기 때문에 3개월이 지나고 나서는 수사가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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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임주언 기자 eon@kmib.co.kr, 삽화=이은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