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이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의 아랍에미리트(UAE) 특사 방문과 관련해 공세를 퍼붓고 있다.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는 25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지난 22일 박강호 주(駐)UAE 대사와 한국당 의원들이 간담회를 가진 사실을 소개하며 여권을 압박했다. 그는 “UAE 대사 한 사람이 오면 될 자리에 서너명의 외교부 간부들이 박 대사를 감시하기 위해 붙어서 자유롭게 본인의 의사 개진이 이뤄질 수 없는 여건을 만들었다”며 외교부의 조직적 은폐 의혹을 제기했다. 이어 한국 대사관이 현지 교민들에게 기자한테 전화가 오면 받지 말라고 했다는 언론 보도 내용을 소개하며 “임 실장의 ‘UAE 원전 게이트’에 대한 국정조사를 더불어민주당은 즉각 수용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간담회는 박 대사가 재외공관장회의 참석 관계로 귀국한 것을 계기로 한국당 외교통일위원회 간사인 윤영석 의원이 소집해 이뤄졌다. 박 대사와 윤순구 차관보 등을 비롯한 외교부 간부 등 대여섯명이 국회 의원회관을 직접 찾았다. 한 시간가량 이어진 간담회에서 박 대사와 외교부 간부들은 정부 발표 내용과 비슷한 내용만 되풀이했다고 한다.
장제원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박 대사는 한국당 의원들 대면보고에서 청와대 관계자가 지난 19일 언급한 ‘시급한 관계 개선’이 무엇인지는 모르겠고, 단지 ‘고위급 채널 복원’이 필요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어 “임 실장의 특사 방문에 동행한 윤 차관보가 강경화 외교부 장관에게 방문 관련 전반적인 보고를 했다고 말했는데, 강 장관은 국회에 출석해 ‘아무것도 모른다’고 말했다”며 “이 사건과 관련해 청와대 비서실장, 청와대 관계자, 장관, 차관보, 대사 등 각자의 말이 모두 다르다”고 지적했다. 그는 “나쁜 짓도 손발이 맞아야 하는 법인데 말이라도 좀 맞추고 거짓말들 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당 의원들은 이 사건과 관련해 26일 오전 예정된 원내대책회의를 취소하고 청와대 앞 분수대에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기로 했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