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수건용 승강기때문” 소방당국이 분석한 제천화재 진짜 원인

입력 2017-12-25 16:40


29명의 희생자가 발생한 충북 제천의 복합건물 화재사고는 화물용 승강기가 화재 키운 요인으로 확인됐다. 상대적으로 대피 시간을 확보할 수 있는 6∼7층에서 사망자 무려 9명이나 발생한 요인으로 화물용 승강기가 지목된 것이다.

소방당국 고위 관계자는 25일 화재현장에 만나 “1층에서 발생한 불길과 연기가 수건 등을 나르는 용도로 사용된 화물용 승강기의 승강로를 타고 순식간에 건물 전체로 퍼진 것”이라고 밝혔다.

이 건물에는 계단 외에 24인용 엘리베이터가 설치돼 있고 건물 중앙에 2~8층을 오가는 화물용 승강기가 있다. 불이 나면 승강로를 타고 확산되지 않도록 방화재질로 설계돼야했다.

이 관계자는 “승강기의 윗부분은 나무 위에 타일을 발라 불이 활활 타면서 올라갔다”며 “이 정도 건물의 규모라면 벽돌로 방화벽을 쌓아 화재에 철저히 예방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시멘트에 덧바른 단열재인 드라이비트의 불길이 실내로 들어오는 경우는 드물다”며 “전문가들은 공법에도 문제가 있지만 승강기에 더 주목하고 있다”고 전했다.

화재 당시에는 비상벨과 소화기 3대, 일부의 스프링클러도 정상적으로 작동한 흔적이 발견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이 관계자의 말을 종합해보면 이 건물 외장재로 쓰인 드라이비트보다 안전이 보장되지 않은 승강기에 대한 안전대책 관리가 시급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는 출동 당시 인명구조가 늦었던 이유에 대해선 “유리를 깨서 산소가 들어가면 갑자기 불길이 거세지는 이른바 ‘백 드래프트'를 고려할 상황이 아니었다”며 “건물 주차장에 설치된 대형 가스통이 폭발할 경우 엄청남 굉음과 폭음으로 패닉상태에 빠졌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화재 초기 골드타임을 놓친 이유로 지역의 부족한 소방인력을 꼽았다. 제천소방서의 경우 사고 당시 현장에 투입된 구조대원은 4명이었고 단양 등 인근 지역에서 지원을 요청한 상태였다. 제천소방서의 총 124명의 직원이 3교대를 한다. 화재진압은 30명이고 구조대원은 12명으로 4명이 3교대로 근무하고 있다.

이 관계자는 “만약 서울에서 이와 같은 불이 났다면 모두 구조될 수 있었을 것”이라며 “불길이 워낙 강하다보니 진압요원들은 건물 인근의 대형 가스통 진화에 투입됐고 4명의 구조대원들은 건물에 매달린 사람들부터 구조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시골에 돈이 없어 불이 나면 피해가 커질 수밖에 없다”며 “소방직의 국가직 전환이 시급한 이유”이라고 덧붙였다.

제천=홍성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