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교회가 성탄절을 맞이하는 행사로 시끌벅적했다. 지역 주민센터와 학원, 이웃교회 등이 십시일반으로 도와 홀몸어르신들을 위한 성탄절 행복나눔 잔치를 벌인 것이다. 추웠던 17일 오후 4시 서울 은평구 대조동루터교회(최태성 목사)를 찾아갔다.
교회는 홀몸어르신 100여명 등 지역주민 200여명으로 발 디딜 곳이 없었다. 최 목사가 교회에 부임한 2011년부터 성탄절 즈음에 항상 열어온 행사다. 60대 여성 성도들의 부채춤으로 잔치가 시작되자 일부 사람들은 자리가 부족해 서서 구경하기도 했다.
잔치를 찾은 어르신들은 미소를 머금은 채 박수를 치며 이들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숭실대 음악원 김종홍 외래교수가 “오늘 이렇게 멋진 날에”와 “뱃노래”를 성악으로 불렀다. 노래가 끝나기가 무섭게 어르신들의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주일 평균 100명이 출석하는 작은 교회지만 공연은 끊이지 않았다. 지역 합창단인 ‘꿈꾸는 합창단’과 동네 학원인 ‘대조합기도’ ‘고운손 피아노학원’, 지역 오케스트라 동호회원들과 서울 용산구 중앙루터교회 색소폰 동호회원들의 공연이 이어졌다. 최 목사가 일일이 학원 등을 찾아가 설득해 데려온 이들이었다.
최 목사는 지역 독거노인들을 모셔오기 위해 지역주민센터를 찾아 행사를 설명했다. 공무원들은 기초생활 수급자 어르신들에게 일일이 연락해 행사를 소개했다. 식사는 교회 여선교회에서 사골을 고아 떡국을 끓여 대접했다. 사골은 지역 강남할인마트 내 정육점에서 기부했다.
떡국과 고기, 전 등 푸짐한 식사를 나눈 뒤에는 선물로 떡국떡 2㎏ 120개도 참석한 노인들과 나눴다. 이웃교회인 대조동 우리들교회 박행렬 목사가 수면양말 120켤레를 선물로 보탰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교단 교회로 타교단이지만 홀몸 어르신을 돕는 일에 망설임이 없었다. 박 목사는 “어르신을 모시고 대접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것에 오히려 감사드린다”고 기도했다.
대조동루터교회는 오케스트라 동호회, 원어민 영어캠프, 외발자전거 캠프, 미술치료 등을 지역 주민과 함께 나누고 있다. 최 목사는 “소형교회라도 이웃사랑에 대한 마음만 있으면 얼마든지 지역 축제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김동우 기자 lov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