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의 한 카페 사장이 자신의 물건을 훔친 노인을 용서하고 합의금을 되돌려준 사연이 알려져 화제다.
25일 광주 북부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23일 오전 11시30분쯤 A(83)씨가 북구 용봉동 한 카페 옆 공터에 놓여진 냉·난방실외기(가로 2m×세로 1.5m)의 구리전선을 뜯어 손수레에 실었다.
출근길에 이를 목격한 카페 주인 B(51)씨는 조만간 카페에 설치할 예정이었던 실외기(300만원 상당)를 쓸 수 없게 되자 경찰에 신고했다.
절도 혐의로 경찰에 임의동행된 A씨는 "버려진 물건인 줄 알았다"고 진술했다.
경찰 조사 결과 A씨는 손수레를 끌고 다니며 폐지와 고물을 줍는 과정에 이 같은 일을 벌인 것으로 드러났다.
3개월 전 아내와 사별한 A씨는 딸 C(52)씨와 함께 살았지만, C씨도 경제적 사정이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노령연금으로는 생활비가 턱없이 부족해 주운 고물을 팔아 생계를 유지해왔다.
C씨는 아버지의 입건 소식에 합의금 50만원을 마련해 지난 24일 A씨와 함께 카페를 찾았다.
이 같은 사연을 들은 B씨는 합의서를 작성해줬다. 이어 C씨가 건넨 봉투에 든 50만원을 꺼내 "제게 주신 돈이니 알아서 쓰겠다"며 새 봉투에 담아 A씨에게 건넸다.
B씨는 봉투를 주며 "제가 드리는 크리스마스 선물입니다. 이 돈 마련하는데 얼마나 힘드셨나요. 정성만 받겠습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요즘 같이 각박한 시대에 합의금 한 푼이라도 더 받으려는 게 당연한데, 보기 드물게 훈훈한 사례"라며 "성탄절의 따뜻함을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최민우 기자 cmwoo1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