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목표는 퇴사"…'워라밸' 꿈꾸는 2030

입력 2017-12-25 14:33
사진=국민일보 윤성호 기자 cybercoc@kmib.co.kr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전국 306개 기업을 대상으로 '2016년 신입사원 채용실태 조사'를 실시한 결과 대졸 신입사원의 1년 내 퇴사율이 무려 27.7%로 나타났다. 이는 2014년 조사결과(25.2%)에 비해 2.5%포인트 증가한 것이다.

퇴사 이유로는 조직·직무적응 실패(49.1%)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급여·복리후생 불만(20.0%)이 뒤를 이었다.

아울러 통계청이 발표한 '경제활동인구조사 청년층(15~29세) 부가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 첫 일자리 고용형태가 임금근로자(97.8%)인 경우 최종 학교 졸업(중퇴 포함)부터 첫 취업까지 평균 11.6개월이 걸렸고, 첫 직장의 평균 근속기간은 1년 6.7개월로 조사됐다. 1년을 들여 취업해놓고 2년도 채우지 못한 채 첫 직장을 떠나는 것이다.


식품 회사에 재직 중인 박모(30)씨는 이른바 '워라밸'을 위해 내년 1월 퇴사하기로 하고 회사와 면담을 마쳤다. 워라밸은 일과 생활의 균형을 뜻하는 영어 어절인 ‘워크 앤드 라이프 밸런스’(Work and Life Balance)의 앞 글자를 딴 신조어이다

박씨가 다니고 있는 회사의 공식 출근 시간은 8시다. 통상 일주일에 이틀은 밤 11시까지 야근이며, 새벽까지 이어지는 야근에 근처 찜질방을 이용하는 경우도 많다. 밤 11시가 넘어가면 택시비를 주지만 야근 수당은 없다.

그는 "계속 이 회사에 다니면 인생의 반을 엑셀 파일과 보고서를 만드는 데 쓰게 된다"며 "어렵게 임원까지 갔다는 윗사람들을 봐도 부럽다는 생각보단 '저렇게 살까 봐 무섭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고 말했다.

박씨처럼 다가오는 새해를 '퇴사 원년'으로 삼겠다는 2030세대가 늘고 있다. 이들은 개인 생활이 없을 정도로 긴 노동 시간과 경직된 조직 문화를 사표의 이유로 꼽는다. 피라미드형 조직 구조에서 복잡한 보고 체계를 따르느라 일하는 시간은 길어지고 '내 일'을 한다는 만족감은 얻을 수 없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많은 2030세대가 직장에서 현재의 어려움을 이겨낼 동력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우리 사회는 한 차례 압축성장을 이룬 뒤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이제 사회가 젊은이들의 미래를 전혀 보장해주지 못한다"며 "결국 젊은 세대는 '현재를 견디면 미래에 무언가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기보단 현재의 행복을 중시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최민우 기자 cmwoo1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