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희야 어딨니” 단순 실종아닌 강력 범죄 가능성…물증 없어 수사 난항

입력 2017-12-25 11:46 수정 2017-12-25 11:49
뉴시스



‘고준희(5)양 실종 사건’이 단순 실종이 아닌 강력 범죄의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경찰 수사는 준희양의 가족을 향하고 있지만 확실한 물증을 찾지 못해 수사가 난항을 겪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준희양 가족을 향하는 수사

사건을 수사 중인 전주 덕진경찰서는 지난 22일 준희양의 아버지 고모(36)씨와 고씨의 내연녀 이모(35)씨, 이씨의 친모인 김모(61)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다. 내연녀 어머니 김씨는 실종 시점으로 추정되는 지난달 18일 준희양을 5시간 가까이 혼자 집 안에 방치했다. 친부 고씨와 내연녀 이씨는 준희양이 김씨 집에서 없어진 사실을 알면서도 20일간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경찰이 고씨등 3명을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하고 준희양이 실종된 것으로 추정된 전주 우아동 원룸과 고씨와 내연녀가 사는 완주군 봉동읍 아파트를 동시 압수수색했다.

이 과정에서 3명의 의심스런 행적으로 확인했다. 중앙일보에 따르면 고씨 등 3명은 지난달 초 비슷한 시기에 모두 휴대전화를 바꾼 사실이 드러났다. 압수수색 과정에서 발견된 이 휴대전화들은 경찰이 당사자들의 동의를 구해 확보한 휴대전화와 다른 것들이다. 경찰은 친부와 내연녀, 내연녀 어머니가 서로 연락하며 이번 사건에 대해 입을 맞췄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또 친부 고씨 휴대전화에는 준희양의 사진이 단 한 장도 없는 것으로 확인했다고 연합뉴스는 전했다. 준희양 실종 전단에 쓰인 사진도 내연녀 이씨가 지난 2월 촬영한 사진을 경찰에 제공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수색 과정에서 밝혀진 이러한 정황을 통해 준희양의 정확한 실종 시점이 당초 알려진 것보다 훨씬 이전일 수도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아파트 복도에서 나온 ‘혈흔’ 준희양 것일까?

경찰은 실종 전후로 가족의 행적과 진술만 확인했을 뿐 아직 준희양의 행방을 추적할 결정적인 단서를 찾지 못했다. 때문에 준희양의 가족을 유력한 용의자로 보는 시각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경찰은 압수수색 과정에서 고씨의 집 현관문 앞 복도에서 혈흔(血痕)을 발견했다. 이 아파트는 고씨와 내연녀 이씨 등이 지난해 11월부터 지난달 18일까지 함께 살던 집이다. 실종된 준희양도 지난 1월부터 4월까지 이 집에서 같이 살다 한 살 위인 이씨 아들과 자주 다툰다는 이유로 지난 4월 전주시 인후동에 있는 김씨의 월셋집으로 보내졌다.

그러나 경찰은 혈흔 감식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실종 사건과 과련한 섣부르게 예단하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경찰은 26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혈흔에 대한 긴급 감정을 의뢰할 예정이다. 감정 결과는 27일이나 28일쯤 나온다. 경찰 관계자는 “발견된 혈흔이 아주 소량이고, 사람의 피인지 동물의 피인지도 검증이 필요하다”며 “만약 혈흔이 준희양의 DNA와 일치해도 실종 사건과 직접적 관련성을 입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맹경환 기자 khmae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