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천 화재 참사] “불 나고 4시간 뒤에도 통화” 논란 확산

입력 2017-12-25 07:28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사고 나흘째인 24일 오전 제천시 한 장례식장에서 함께 목욕을 갔다가 참변을 당한 '모녀 3대'의 발인식이 가족들의 오열 속에서 엄수되고 있다. 제천=곽경근 선임기자

“얼마나 슬픈지 하늘도 울고 있네요.”

크리스마스를 하루 앞둔 24일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사고 희생자 29명 중 19명의 영결식이 제천과 충주, 광주 등지에서 잇따라 엄수됐다. 대형 참사로 세상에서 가장 슬픈 크리스마스를 맞은 제천에서는 온종일 유가족들의 울음이 그치지 않았다. 하늘도 슬픈 듯 장대비를 쏟아냈다.


단란했던 모녀 3대(代)는 이날 제천서울병원 장례식장에서 영면의 길을 떠났다. 친정어머니 김현중(80)씨와 경기도 용인에 사는 딸 민윤정(49)씨, 손녀 김지성(18)양은 지난 21일 점심을 함께 먹고 오랜만에 목욕탕을 찾았다가 비극을 맞았다. 윤정씨와 지성양은 운구차 한 대에 같이 타고 공원묘지로 향했다.

25일에는 사고 현장 근처 고등학교에서 조리사로 일하며 억척스럽게 가족을 건사한 최순정(49)씨 등 5명, 26일에는 박한주(62) 제천 중앙성결교회 목사와 박재용(43) 제천드림성결교회 목사 등 4명의 발인이 예정돼 있다. 26일이면 이번 참사 희생자 29명의 장례 절차가 모두 마무리된다.

제천실내체육관에 마련된 합동분향소에는 추모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이날 오후 6시 현재 시민과 각계 인사 3200여명이 방문했다. 고인들과 가족처럼 지내던 주민들은 합동분향소에서 말을 잇지 못했다.

어이없는 사고에 가족을 잃어버린 유족들은 소방 당국의 늦장 구조에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스포츠센터 6, 7층 사이 계단에서 시신으로 발견된 안모(58)씨의 여동생은 불이 난 뒤 4시간 후인 21일 오후 8시1분에 20초 동안 통화한 기록을 이날 공개했다. 안씨의 아들(24)은 제천서울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빈소에서 “고모가 건 전화가 연결됐을 때 아버지 전화기에서 아무런 목소리도 듣지는 못했다고 한다”며 “아버지나 다른 생존자가 걸려온 전화를 받았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현장에서 회수한 휴대폰 7점 중 안씨의 것은 발견되지 않았다.

희생자 장경자(64)씨의 아들도 이날 합동분향소에서 “유리창 너머로 어머니를 보면서 17분이나 통화했다”며 “구조대가 왔을 때 유리창을 깨주세요, 돈은 다 드릴 테니 불법주차 차를 밀고라도 구조해달라고 했지만 아무것도 못 했다”고 주장했다. 장씨는 하루 전인 23일 희생자 중 제일 먼저 장례를 치렀다.

유족들의 의혹이 커지자 남택화 충북경찰청장은 “지금 확인 중”이라며 “안씨의 전화를 받은 사람이 누구인지 명백히 밝히겠다”고 말했다.

이날 합동분향소를 찾은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도 “한 점의 의혹도 남기지 않도록 철저히 조사하라고 지시를 내렸다. 그 시간은 잔불을 진화하고 있었는데 그때까지 살아 있었다면 엄청난 사건이 될 것”이라며 “조만간 법원의 영장을 받아 통화 기록을 조회할 방침”이라고 얘기했다.

경찰 수사본부는 이날 건물주 이모(53)씨와 관리자 김모(50)씨에 대해 체포했다. 이들에게는 업무상 과실치사상 등의 혐의를 적용했다.

제천=홍성헌 기자 adhong@kmib.co.kr, 사진=곽경근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