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25일 크리스마스 연휴를 즐기기 위해 인천국제공항을 찾은 여행객들이 항공편 운항에 차질이 생기면서 큰 불편을 겪고 있다. 해무(海霧) 즉 바다 위에 끼는 안개가 1차적 원인이었지만, 항공사 측이 제대로 된 설명조차 하지 않으면서 승객들의 불편이 가중됐다. 더군다나 해무로 인한 항공기 지연 및 결항은 천재지변에 따른 것으로 승객들은 제대로 된 보상을 받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눈과 비, 기온 상승, 해무까지 겹친 짙은 안개로 가시거리가 짧아짐에 따라 항공편 지연·결항이 발생했다고 24일 밝혔다. 항공기가 정상적으로 이·착륙 하려면 가시거리, 구름의 높이, 바람, 활주로 상태 등이 모두 운항에 안전한 범주 내에 들어와야 한다. 공사에 따르면 전날 하루 동안 지연된 항공편은 312편, 결항 49편, 김포·제주·김해공항 등으로 회항이 43편 등 모두 404편이 차질을 빚었다. 24일에는 오후 1시 현재 327편이 지연되고 8편이 결항된 상태다.
앞서 항공기상청은 전날 오전 6시20부터 11시30분까지 인천공항에 저시정(視程) 경보를 발령했다. ‘시정’이란 목표물을 명확하게 식별할 수 있는 최대 거리로, 대기의 혼탁도를 나타내는 척도다. 즉 저시정은 목표물을 명확하게 식별할 수 있는 정도가 낮다는 뜻이다. 저시정 경보는 가시거리가 400m 미만일 때 내려지는데 인천공항의 가시거리는 50m 수준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이후 기상 여건이 나아지는 듯했지만 오후 5시30분에 저시정 경보가 다시 발령됐고 오후 11시에 해제됐다. 24일도 오전 1시35분에 저시정 경보가 내려졌다가 오전 5시45분 해제됐다.
이런 가운데 항공사의 대처가 미흡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부 승객들은 항공사로부터 상황을 전해 듣지 못한 탓에 몇 시간을 기내에 머물렀다. 수 시간을 기다린 승객에게 뒤늦게 결항을 통보하기도 했다. 일부 승객들은 공항에서 노숙하는 등 밤사이 극심한 혼란이 빚어졌다.
그러나 이번 항공편 지연과 결항에 대한 보상은 요원하다. 소비자 분쟁해결 기준 고시에 따르면 항공기 출발 지연 시 항공사들은 운임의 10~30%를 탑승객에게 배상하도록 규정돼있다. 하지만 천재지변이나 기상 상황, 공항 사정, 항공기 정비 등은 안전운항을 위한 불가피한 사유로 인정돼 배상금 지급 책임이 면제된다. 실제로 일부 승객들은 항공사 측이 기상이변을 내세워 보상을 거부하고 숙박과 차편 서비스도 제공하지 않아 자비로 해결해야 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법적인 보상 책임이 없다 하더라도 저비용항공사 등은 뚜렷한 대응 매뉴얼이 없어 혼란을 가중시켰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또 승객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항공 소비자 보호 기금 조성 등 국토부 차원의 조치가 절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