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충북 제천 복합 스포츠센터에서 발생한 화재는 짧은 시간에 많은 희생자를 냈다. 특히 희생자 29명 중 20명이 2층 여성 사우나에서 숨졌다. 1층에서 시작된 불길이 가장 먼저 번진 데다 비좁은 주출입구가 화재로 막혀 대피가 힘들었던 것으로 보인다.
2층 여성 사우나에도 비상구가 있었다. 그러나 이곳은 사람 한 명도 빠져나가기 어려울 정도로 장애물이 가득했다. 최근 공개된 2층 비상구 사진을 보면 목욕 바구니가 가득한 선반이 입구의 3분의 2를 가리고 있고, 맞은편 벽면에도 선반이 들어서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비상구의 구조와 위치를 정확히 아는 사람이 아니라면 탈출구라고 여기기 어려운 모습이다.
사진 속 비상구 주위에는 누군가의 선명한 손자국도 담겼다. 벽을 쓸면서 간 자국은 물론 문 옆과 안쪽에도 손자국이 발견됐다. 다만 이 흔적이 비상구를 찾던 희생자의 손자국인지, 수색작업을 벌이던 소방관의 손자국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2층 여성 사우나의 유리출입문 작동 여부도 논란이다. 버튼식인 이 출입문은 예전에도 잘 열리지 않았다는 증언이 나오고 있다. 이상민 제천소방서장은 “2층 방화문 안쪽에 유리로 된 슬라이딩 도어가 있는데, 안쪽에서 사망자들이 많이 발생했다”고 말했다. 연기를 피하기 위해 나가려 했으나 문이 열리지 않아 질식할 수밖에 없었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한편 경찰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 6개 기관으로 구성된 합동감식팀은 지난 23일 오전 10시 최초 발화 지점인 스포츠센터 1층 필로티 주차장의 바닥 잔여물을 중점적으로 감식했다. 이날 오후 5시까지 이어진 조사를 끝으로 공식적인 합동감식은 끝났다.
국과수는 유족들을 대상으로 한 브리핑에서 “발화지점이 1층 천장이라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고 밝혔다. 다만 정확한 발화 원인을 규명하기까지는 다소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