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천 화재 참사] 또… 필로티 구조가 禍 키웠다

입력 2017-12-23 07:32
대형 참사를 빚은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현장에서 22일 경찰, 국과수, 소방당국이 화재 현장 감식을 하고 있다(위 사진). 11월 16일 오후 경북 포항시 장량동 한 필로티 구조의 건물 기둥이 지진으로 휘어져 있다(아래 사진). 이병주·최현규 기자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는 ‘필로티 구조’ 때문에 피해가 커졌다. 1층 오토바이에서 시작된 불과 연기가 건물을 집어삼켰던 2015년 의정부 도시생활형 주택 화재와 닮은꼴이다. 필로티 건축물은 지난달 포항 지진 때도 하중을 견디는 기둥이 엿가락처럼 휘어졌다. 주차공간 확보에 유리해 2000년대 들어 급증한 필로티 건축물이 지진과 화재에 모두 취약한 것으로 드러난 만큼 안전대책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9명이 숨진 이번 화재는 지상 1층에서 시작됐다. 1층의 필로티 구조물에서 좁은 출입구로 빨려든 화염과 유독 가스가 계단을 타고 위층으로 옮아갔다. 이 때문에 저층부인 2층에서 가장 많은 사망자가 발생했다.

2015년 의정부 화재 후 경기북부경찰청과 가천대가 함께 진행한 ‘필로티 구조의 공동주택 화재 위험성 연구’는 필로티 구조가 주차장이나 쓰레기 수거장으로 쓰이고 있는 행태를 경고했다. 보고서는 “필로티 공간을 주차장으로 활용하면 좁은 공간에 많은 차량을 주차하기 위해 차량이 서로 밀착될 수밖에 없다”며 “주차장 화재 대부분은 한 대의 차량에서 화재가 발생하면 주변 차량은 물론이고 주차장 전체 차량으로 확산된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필로티 공간에 설치하는 조명 등을 위해 벽체나 천장 깊숙이 전기배선 등을 설치하게 되는데 이 역시 화재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이번 화재 역시 건물 1층 주차장 배관 열선설치 과정에서 시작된 불길이 주차된 차량들로 옮겨붙은 것으로 추정된다.

의정부 화재 이후 필로티 구조물에 대한 법적 규제는 강화됐다. 지난해 4월 개정된 ‘건축물의 피난·방화구조 등의 기준에 관한 규칙’은 필로티 벽이나 천장에 설치된 마감재도 외벽의 일부로 봐서 불연재료를 사용토록 했다. 피난통로로는 차량이 지나가지 못하게 했다.

문제는 제천 스포츠센터처럼 법 개정 전에 지어진 대다수 필로티 건축물이 안전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점이다. 유용호 한국건설기술연구원 화재연구소 연구원은 “규제가 아니라 안전의 문제이므로 법의 소급적용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글=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 사진=이병주 최현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