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제천 노블 휘트니스 스파 화재사건의 유가족이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청원 게시판에 “악플이 달리지 않도록 블라인드 처리(댓글을 보이지 않게 처리하는 것)를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자신을 ‘제천화재 유가족’이라고 밝힌 네티즌은 22일 국민청원 게시판에서 “제천화재 네이버 기사마다 ‘악플’(악성 댓글)이 달리고 있다. 개인이 (댓글) 접기 요청을 신고해도 계속 생산돼 한계가 있다”며 “다른 민감한 기사들은 댓글을 달지 못하도록 처리를 하던데, 해당 기사에도 그렇게 처리해 달라”고 부탁했다. 이어 “말도 안 되는 악플들이 너무 많아 생사확인이 어려운 유가족들에게 기사마다 상처를 더 주고 있다”며 “네이버 고객센터에 접수하려 해도 고객센터 전화번호는 계속 겉돌기만 하고 빨리 대처가 안 돼 답답하다”고 호소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에 대해 “유가족 여부를 확인하고 조치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지 알아보겠다”고 말했다.
다른 네티즌도 ‘댓글의 심각성과 소방관 장비개선’ 청원글에서 “‘알몸으로 사망 부끄’ 같은 댓글을 보고 너무 화가 나 청원을 하게 됐다”며 “익명을 앞세워 어떻게 그런 말을 하는지, 그런 분이 많아서 우울하다. 처벌을 강화하거나 익명성을 폐지해 달라”고 건의했다. 포털사이트 메인화면에 노출된 기사 댓글에는 사망자 유가족을 조롱하거나 희생자들을 폄훼하는 내용들이 포함됐다.
정부의 미흡한 대처를 질타하는 유가족들의 울분도 쏟아졌다. 22일 이근규 제천시장이 시청에서 언론 브리핑을 하던 도중 자신을 유족이라고 밝힌 한 남성이 등장했다. 그는 “모든 일에는 순서가 있는데 유족들은 브리핑 개최 사실 자체도 몰랐다”며 “상세한 내용을 유족에게 먼저 브리핑해야지 언론에만 알리는 게 말이 되느냐”고 비판했다. 이 남성은 또 “화재 현장에는 ‘대책본부’라는 현수막 하나 걸려있을 뿐 관련 책임자도 상주하지 않고 있다”고 항의했다.
사고로 아내를 떠나보낸 박모(60)씨는 제일장례식장에서 “유가족에게 따로 연락해서 상황을 설명해야 하는데 문자 몇 통 받은 것이 전부”라며 울분을 토했다. 정확한 사고 경위와 피해 보상, 장례 지원 절차 등에 대한 정보를 듣지 못하는 상황이 계속해서 반복됐다는 것이다.
사고 당일 사망자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경우 어떤 절차를 받아야 하는지 안내도 이뤄지지 않았다. 황망한 마음에 사고 현장으로 달려온 가족들은 발만 굴러야 했다. 한 유가족은 “국민은 누굴 믿고 살아야 하는지 마음이 찢어진다”며 울부짖었다.
강준구 김유나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