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고 떠드는 송년모임보다 희생자들의 추모가 우선 아닙니까. 희생자들의 명복을 빕니다.”
충북 제천에선 전날 발생한 ‘노블 휘트니스 스파’ 대형 참사로 인해 성탄절과 연말연시로 들뜬 분위기를 찾아볼 수 없었다. 제천은 충격과 공포, 슬픔에 휩싸였다.
화재 발생 이튿날인 22일 화마의 흔적이 모습을 드러내자 지역주민들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불이 난 건물은 아래부터 옥상까지 시커멓게 그을렸고 현장 수습작업으로 유리창 곳곳이 깨져 일부 층은 내부가 훤히 드러났다. 깨진 유리창 사이로 어지러운 조명 불빛이 흔들렸다. 내부 수색작업이 한창이었다.
음식점을 운영하는 홍모(38)씨는 “제천은 워낙 작은 도시라 한 다리만 건너면 모르는 사람이 없다”며 “건물 1층에서 배관 공사를 하다가 불꽃이 튀었다는 것은 지역주민이면 모두 알고 있다”고 말했다. 홍씨는 “대형 화재로 주말에 예약한 단체손님의 취소가 이어지고 있다”며 “성탄절과 송년 대목을 놓쳐 아쉽지만 어쩔 수 없는 것 아니냐”고 했다.
화재현장 인근 편의점 직원 김모(25)씨도 “성탄절에 여자 친구와 스키장에 가려고 했는데 취소하고 차분하게 보낼 계획”이라며 “지역에서 대형 참사가 발생해 웃고 떠들 수가 없다”고 말했다.
화재현장에 설치된 사망자 현황판을 바라보던 엄모(61)씨는 “혹시나 아는 사람이 사고를 당하지 않았는지 궁금해서 왔다”며 “다시는 이런 끔찍한 사고가 발생하지 않길 바란다”고 안타까워했다.
충북 지역을 지나고 있는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성화는 이날 제천에서 성화 봉송을 진행할 예정이었지만 화재로 봉송 일정이 전면 취소됐다. 전날 충주시내를 돈 뒤 충주시청 광장에 머물렀던 성화는 제천을 거치지 않고 단양군으로 이동했다. 단양군은 제천 화재 참사를 추모하기 위해 23일 성화 봉송 도중 진행하려던 카라반 봉송과 축하공연을 취소했다.
사고 수습에 나선 지방자치단체도 하루 종일 분주한 모습이었다. 이시종 충북지사와 이근규 제천시장은 희생자 유가족 지원 등 조속한 피해 수습과 후속 대책 마련을 지시했다. 이 지사는 “신원 미상 사망자의 인적사항을 조속히 확보하는 한편 29명의 희생자에 대해 유가족과 도 공무원을 1대 1 매칭해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지사는 또 “생존자들에 대한 치료에 부족함이 없도록 해야 한다”며 “정신적 충격이 클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생존자의 재난심리 회복 지원책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이 시장은 이날 시청 로비에서 열린 기자회견을 통해 “이번 화재 피해자들이 억울함이 없도록 국과수, 소방, 경찰 등 관계기관과 협력해 철저히 원인을 규명하고 법적 조처를 하겠다”며 “시청 내 각 부서를 유가족에게 전담 배치해 장례를 지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는 유족의 뜻에 따라 제천실내체육관에 합동분향소를 만들어 23일 오전부터 조문객을 맞을 예정이다.
제천=홍성헌 기자 ad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