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대행소 왱] 신상목 기자=지난달 25일 도쿄 번화가인 시부야역에서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촛불집회가 열렸다. 시민들은 일본이 위안부 문제를 풀어야 일본에 만연된 여성 폭력도 해결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관련보도가 난 지 20여일 뒤인 지난 18일 이 행사를 기획한 일본 인권단체 피스보트(Peace Boat)의 공동대표 노히라 신사쿠(53)씨를 만났다. 그는 “집회엔 한국 언론에서 보도된 것보다 더 많은 400여명이 참석했고 참가자의 90%가 일본인이었다”며 “역사를 모르는 젊은이들에게 위안부 이슈가 인권 문제임을 알릴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도 집회를 계속 이어갈 계획이다.
주최 측은 원래 한꺼번에 3000여명이 길을 건너는 ‘시부야 스크램블’ 교차로에서 퍼포먼스를 열 계획이었지만 경찰이 불허했다. 경찰은 민감한 이슈의 집회 주최자들이 일본인이라는 사실을 알고 적잖이 놀랐다고 한다.
노히라씨는 위안부 문제의 심각성은 전시 중 발생한 비참한 사건을 전후 70여년이 지났어도 피해 사실조차 밝히지 못하는 현실 그 자체에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는 명백한 인권 유린”이라고 꼬집었다. 노히라씨는 “위안부 문제 해결의 첫 단추는 일본 정부와 일본군이 가해자였으며 여성은 피해자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사죄하는 것”이라며 “독일의 과거사 사죄는 구체적이며 진심을 담았기에 수용됐다는 사실을 (일본은) 알아야 한다”고 했다.
그가 공동대표로 있는 피스보트는 1983년 일본 대학생들이 과거 군국주의 참상을 인식하고 선박을 이용해 피해국들을 방문, 사죄하면서 시작됐다. 1964년생인 그는 자신도 ‘386세대’라며 “한국의 386세대는 사회를 바꿨지만 일본의 386세대는 아무 것도 바꾸지 못했다. 한국인들은 엄청난 힘을 갖고 있다”고 부러움을 나타냈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