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촌하지 않고도 아파트에서 정(情)을 나누며 사는 마을공동체 열여섯 곳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삭막한 아파트를 정겨운 삶터로 바꾸고 싶은 아파트 생활자들에게 ‘우리도 한번 뭉쳐보자’는 자극이 될 책이다.
주민들이 십시일반 모아 급전을 빌려주는 마을협동금고와 홀로된 노인을 찾아가 말벗이 되어주는 봉사단, 아이들과 정기적으로 1박 2일 캠프를 여는 아빠들, 더불어 사는 삶이 무엇인지 가르치기 위해 뭉친 엄마들, 작은도서관을 가꾸고 지키는 이들, 남녀노소 재능을 기르는 이들부터 쓰레기 가득했던 공터를 텃밭으로 바꾼 텃밭 두레 사람들까지… 소소하게 혹은 들썩들썩하게 아파트 공동체를 이끄는 사람들을 직접 만나 들어 본 이야기들이 이 책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이들이 무슨 까닭으로 모였는지, 무엇이 그리 재미있는지, 아파트에서 이렇게 산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듣다 보면 독자들도 당장 ‘어떤 공동체를 만들어볼까’ 하는 새로운 희망이 꿈틀하게 된다. 어떻게 살림을 꾸려야 하는가와 갈등을 어떻게 풀어가는가에 대한 실용적인 이야기까지 들으면 파편화된 도시인들의 공동체본능은 곧 의지가 되어 함께할 사람을 모집하러 나서게 될 것만 같다.
“이걸 시작한 배경이 급전이었어요, 급전. 당장 충치 치료를 해야 하는데 한 이십만 원 든다고 하면, 돈 없어서 참는 거예요. 갑자기 애가 학원을 가고 싶대. 근데 돈이 십만 원 정도 모자라요. 그런 돈. 한 이삼십만 원 돈. 옆집에 빌리기에는 또 자존심 상하는 돈. 우리가 저축한 돈으로 이웃에게 싼 이자로 빌려주면 되잖아요. 그래서 모인 거예요.”
<가양5단지 마을협동금고> 이야기 중에서
“사실 아빠들이 이렇게 모인다는 건 정말 쉽지 않잖아요. 다들 데면데면하고 대부분 직장에 다니시거나 자영업 하시거나 하니까 시간 맞춰 모이기 어렵고요. 그러니까 같이 모일 만한 프로그램 하나를 정해서 그걸 주축으로 모집해야 해요. 캠핑처럼 아버지들이 부담 없이 공유할 만한 프로그램 위주로 모이다 보면 그게 기폭제가 되어 가지를 쳐서 규모가 늘어요.”
<천왕마을 천초아 아빠캠프> 이야기 중에서
“여기 오는 아이들 보면 작은 도서관이 왜 필요한지 알 거예요. 오는 아이들이 다 옆집 애고, 반 친구고, 다 인사하고 그래요. 도서관에서 무슨 일 있고, 누구누구 싸우고 그러면 엄마들한테 다 들어갈 정도죠.”
<마곡엠밸리5단지 책동이> 이야기 중에서
“탁구라는 게 혼자서 절대로 못 치거든요. 꼭 자기 짝이 있어야 해요. 그러니까 끼리끼리 짝을 지어 나오는 분들이 있어요. 그런 분들이 나오면 모르는 분하고는 절대 안 치죠. 그걸 내가 우선 타파를 해야겠다 싶었어요. 그래야 새로 나오는 분들이 부담이 없죠. 만약 여기서 짝을 형성해서 서로서로 남을 배려하지 않을 때는 불이익이 간다고 공표했어요. 고수들도 자기끼리만 치지 말고 초급자들을 도와주라고 했죠.”
<중계목화아파트 목화 탁구회> 이야기 중에서
“이 동네는 이웃 주민이 아니라 식구같이 살아. 뭐가 있으면 자꾸 누구 불러. 그 사람이 오면 또 아무개도 불러야지 그러면서 다 부르는 거야. 그렇게 사는 거야. 여기는 아파트가 아니야. 시골 동네 같아.”
<하계5단지 한우리봉사회> 이야기 중에서
[목차]
추천의 글 (박원순 서울특별시장 /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
여는 글
PART1 서로 의지하고 서로 돕는 아파트
“혼자서는 어렵지만 열 사람이 모이면 도울 수 있지요”
이웃이 낸 돈으로 이웃에게 대출해 주는 동네금융 두레 가양5단지 마을협동금고
“봉사 덕분에 자존감이 높아져 이겨낼 수 있어요”
알코올중독 치료 후 목공 봉사로 이웃에게 봉사하는 성산단지 사랑회
“혼자 계신 어르신들 밖으로 한 번이라도 더 나오게 하려고요”
홀로된 노인을 찾아가 말벗이 되어주는 사람들 가양9단지 울타리봉사단
PART2 아이들이 어울려 노니는 아파트
“아이들을 위해 1박 2일 아빠캠프를 열어요”
아이들과 함께할 프로그램을 기획하며 신난 아빠들 천왕마을 천왕초아버지회
“화합할 줄 아는 아이들로 키우려고 모였죠”
더불어 사는 마을 만들기에 앞장서는 육아공동체 구파발10-2단지 라미
PART3 작은 도서관이 숨쉬는 아파트
“책을 읽다 보면 마음에 무언가 차고 넘치는 걸 느껴요”
한 달에 두 번 모여 함께 책을 읽는 동아리 마곡엠밸리5단지 책동이
“각자 재능대로 책 보는 눈이 다 달라요”
그림책을 나누며 도서관을 지키는 마곡엠밸리4단지 책거름&책봄
“작은도서관을 지키세요. 마을이 살아납니다”
장서 관리부터 바자회 개최까지 강남한신휴플러스6단지 밤토리지킴이
PART4 재능도 찾고 친구도 찾는 아파트
“누굴 따돌리면 그 사람은 아웃입니다.”
건강 찾고, 이웃 찾고, 꿈도 찾는 탁구 동호회 중계목화아파트 목화탁구회
“못 만들어도 괜찮아요. 그냥 도전하세요.”
재능기부로 손재주를 기르는 만들기 두레 서초포레스타6단지 똥손의모험
이런저런 공동체
소통하는 청소년들의 벽화동아리 송파파크데일2단지 여리들
화합을 노래하는 어린이합창단 신내데시앙 리틀합창단
서로에게 실과 바늘이 된 자수동아리 길음뉴타운3단지 아름드리
PART5 자연이 좋아하는 아파트
“전기료 아끼려고 시작했는데, 이젠 탈핵까지 생각해요.”
플러그 뽑고 태양광 설치하는 마을 신정이펜하우스1단지 에너지자립마을
“텃밭 가꾸고 화단 만드니, 주민들도 휴지 하나 안 버려요.”
쓰레기 가득했던 공터를 텃밭으로 바꾼 도시농부 두레 하계5단지 한우리봉사단
이런저런 공동체
친환경 제품을 함께 만들어 나누는 사람들 관악드림타운 맑은세상커뮤니티
구성찬 기자 ichthu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