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원래 그 헬스장 다니지 않았는데...”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로 숨진 희생자들이 안타까운 사연이 전해졌다.
화재 현장에서 숨진 정씨의 딸 반모씨는 스포츠 센터 뉴스를 보고 엄마에게 전화를 했다. 엄마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정씨는 휴대전화로 위치추적 앱을 실행했다. 엄마의 위치는 화재가 난 현장 근처였다.
반씨는 노컷뉴스에 “뉴스에 50대 여성 사망자라고 나오자마자 우리 엄마라는 걸 알았다. 처음으로 발견된 사망자가 우리 엄마였다”며 오열했다. 이어 “병 걸려서 아프기라도 하면 마음의 준비라도 하겠는데 마음의 준비 할 틈도 없이 가셔서 (사고가 난 것을) 믿지 못했다”고 흐느꼈다.
그는 “엄마는 원래 그 헬스장을 다니지 않았는데 얼마 전 사장이 바뀌고 할인 행사를 한다고 해서 헬스장을 바꾼 것”이라며 “헬스장을 옮긴지 얼마 안됐다”며 울부짖었다.
아내를 잃은 유족 류모씨는 “숨진 아내의 시신을 확인해 보니 지문이 사라져 있었다.아내가 사우나 안에서 유리창을 깨려고 애를 쓰면서 손이 심하게 훼손된 것으로 보인다”며 울분을 토했다.
아내 몰래 여행을 예약했던 또 다른 남편의 사연도 안타까움을 더했다. 그는 “어제 목욕탕에 간 아내가 ‘불이 났다’며 전화를 해왔다. 아무것도 안 보이고 유리창도 안 깨진다고 하길래 ‘수건을 적셔 입에 대라’고 했는데 ‘숨을 못 쉬겠다’는 말만 하더라”며 한탄했다.
사이좋게 목욕을 떠났던 3대를 한꺼번에 잃은 유족도 있었다. 수능이 끝나고 연말을 맞아
할머니 집을 찾은 김양은 엄마, 외할머니와 함께 목욕하러 이곳에 들렀다가 화를 입었다.
이들의 시신은 모두 2층 여자 목욕탕에서 발견됐다. 외할머니 김씨와 엄마 민씨의 신원은 바로 확인됐지만 김양의 신원은 21일 오후 11시가 넘어서야 확인됐다.
수시로 대학에 합격 후 건강관리를 위해 화재가 난 스포츠센터 헬스클럽을 다니다 희생된 여고생도 있었다. 공부를 잘해 4년 장학생으로 서울의 한 사립여대에 입학을 앞두고 있었던 김 양은 건물 7층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그는 숨지기 전 아버지와의 통화에서 “위로 올라가고 싶은데 문이 안 열린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족들은 김 양의 검게 그을린 목걸이를 보고 신원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흰색 꽃잎 모양의 이 목걸이는 김 양이 얼마 전 단짝 친구와 함께 맞춘 것이었다.
22일 충청북도 소방본부에 따르면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로 인한 사망자는 현재까지 여자 23명, 남자 6명 등 29명으로 잠정 집계됐다. 사망자는 2층 여성 사우나에서 20명이 발견됐다. 6층 헬스장에서 2명, 7층 헬스장에서 4명, 6층과 7층 사이 계단에서 2명, 8층 레스토랑에서 1명이 수습됐다.
소방 당국은 주차장에서 시작된 화재의 유독 가스가 계단을 타고 폐쇄구조의 2층 사우나로 집중되면서 다수의 사망자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했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전기공사 중이었단 필로티 구조 1층 주차장에서 발화한 것으로 보고 정확한 화재 경위를 조사 중이다.
온라인뉴스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