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혁재
소아시한의원 대표원장
식사량이 적거나 입이 짧은 아이들은 성장이 더디고 잔병치레를 많이 한다.
부모가 식단관리에 신경을 쓰고 잘 먹이기 위해 동분서주 해봐도 아이의 식사량은 좀처럼 늘지 않는다. 부모는 한 숟가락이라도 더 먹이려 애를 쓰지만 밥 잘 안 먹는 아이에게 한 숟가락이라도 더 먹게 하기란 좀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 한 가지 더 안타까운 사실은 이런 아이들은 시력도 함께 나빠지기 쉽다는 것이다.
이런 아이들을 한의학에서는 기허 또는 노권이라고 한다. 체력에 비해 에너지를 많이 소모하거나, 음식을 제 때 규칙적으로 섭취하지 못하면 노권(기허)이 발생할 수 있다.
요즘 아이들은 학교 수업이 끝난 후에도, 학원을 다니고 밤늦게까지 숙제를 하는 등 체력소모가 크다.
원래 입이 짧은 아이가 아니더라도 아이들이 체력에 비해서 하는 것이 많고 노권의 병인(병의 원인)이 생기면 밥맛이 떨어지고 체력이 약해져서 다른 아이들에 비해서 조금만 공부를 하거나 운동을 해도 쉽게 피곤해 진다.
노권의 병인(病因)이 있는 아이에게 적절한 치료를 해주지 않는다면 아이의 음식 섭취량은 늘어나지 못하고 조금만 무리해도 피곤해지니 노권이 더욱 심해지는 악순환이 생긴다.
아이들은 신체적으로 급속하게 성장하고 발육될 때는 흡수한 영양분의 대부분이 성장을 위해 사용된다.
눈은 인체 중에서 가장 에너지 소모가 큰 기관인데 급성장 시기에는 눈이 사용할 수 있는 영양분이 부족하기 쉬우므로 시력에는 불리한 상황이 된다.
특히 노권이 있는 어린이는 평소 영양소 섭취가 부족하고, 체력도 약하므로 급 성장기에 성장이 원활하게 진행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다른 아이들에 비해 시력이 더 쉽게 떨어질 수 있다.
노권이 있는 어린이들은 조금만 뛰어놀아도 금방 지치고, 밥을 잘 먹지 않고, 쉽게 피곤해 한다. 낮에 식은땀을 흘리기도 하고, 감기도 자주 걸리며, 팔다리에 힘이 빠지거나 몸에서 열이 나는 증상을 보이기도 한다.
똑같이 책을 보거나 텔레비전을 보더라도 노권이 있는 어린이들은 눈이 나빠질 가능성이 더 커진다. 이런 어린이들은 노권을 해결하는 치료를 먼저 해주어야 시력저하를 막을 수 있고, 성장도 원활히 될 수 있다.
다가오는 겨울방학에는 밥을 잘 안 먹고 항상 기운이 없는 우리 자녀에게 혹시 노권의 병인은 없는지 확인하고 정기적인 시력 검사를 통해 성장기에 올 수 있는 급속한 시력 저하를 미리 막아주도록 해보자.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