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폭력, 환자 안전과 직결… 그들만의 문제 아니다

입력 2017-12-22 08:07

의료계 폭력 문제는 환자 안전과 직결돼 있다. 안치현 대한전공의협의회장은 21일 “전신 마취를 하고 배를 갈라 개복(開腹)한 환자가 수술대에 누워 있는데 주치의가 전공의를 때리는 행위는 수술실 안에서 수시로 환자 상태를 체크하고 조언을 하며 생산적 피드백을 해야 할 동료 의료인들의 입을 닫게 만든다”고 꼬집었다.

이 때문에 미국에서는 수술실에서 소리치는 것만으로도 경고의 대상이 된다. “명의라면 누구나 그럴 수 있다”고 암묵적으로 용인하는 국내 병원 분위기와는 반대다. 박광옥 순천대 간호학과 교수는 “조직 분위기가 부정적으로 흐르면 심리적 영향 때문에 또 다른 폭력을 낳을 수 있다”고 했다. 그는 “24시간 긴박하게 돌아가는 의료서비스의 특수성 때문에 병원 문화를 개선하는 작업은 다른 일보다 더디다”며 “그래서 인력이나 장비 등 의료 환경을 개선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의료 환경 개선은 정부가 의료기관에 지시하듯 책임을 떠넘기기만 해서 이루기에는 한계가 있다. 환자 안전과 직결되는 만큼 정부의 예산 지원도 필요하다. 한국은 연간 7000억∼8000억원에 달하는 전공의 수련비용을 수련병원이 전부 부담토록 하고 있다.

선진국은 대부분 전공의 수련비용을 정부가 지원한다. 미국은 전공의 직간접 교육 비용의 70%를 연방정부가 지원한다. 일본도 2004년부터 지도 전문의, 전공의에 들어가는 비용을 국가 보조금에서 지급한다. 초기 2년은 100% 지원하고 이후 지자체가 부분 지원하는 방식이다.

인력 구조 문제를 근본적으로 바꾸기 위한 대안도 모색해야 한다. 간호사의 경우 중견 간호사가 유출되지 않도록 간호 수가를 인상하고 인상분을 병원이 간호사 인건비로 지급하도록 감시하는 방안 등을 마련해야 한다.

교수와 전공의 사이에 위치하는 새로운 형태의 의사가 필요하다는 조언도 나왔다. 복지부 관계자는 “병원은 인건비가 드니 교수는 더 안 뽑고 전공의를 데려와 활용하려 한다”며 “전공의와 교수 중간단계에서 교수를 보조할 인력을 새로 정의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