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제천 두손 스포리움 화재 사망자와 부상자는 21일 서울병원과 명지병원, 제일·보궁·세종장례식장 등으로 분산 수용됐다. 정확한 신원이 파악되지 않은 이들도 많아 밤늦게까지 병원과 현장에는 주민 발길이 계속됐다.
사망자 10여명이 안치된 제천 서부동 서울병원에 모인 이들의 표정은 비통했다. 연락이 끊긴 가족을 찾기 위해 병원을 찾은 한 여성은 게시판에 붙은 사망자 명단을 확인하다 끝내 울음을 터뜨렸다. “게시판에 왜 (가족) 이름이 적혀있는 거냐”며 주저앉아 오열했다.
가족의 사망을 확인한 이들은 영안실 앞에 모였다. 갑작스런 비보에 말을 잇지 못했다. 유가족들은 경찰 확인 절차를 거친 뒤 차례로 안치실에 들어갔다. 경찰 관계자는 “소지품이나 맨눈으로 신원 확인이 어려운 시신은 지문을 확인하고 있다”고 했다.
현장에서 수습한 시신이 계속 병원에 도착했다. 트레이닝복 차림의 한 남성은 병원 관계자를 찾아 다급한 목소리로 “친구 딸이 연락이 안된다. 시신을 확인할 수 있느냐”고 물었다. 딸은 수시로 대학에 합격한 뒤 살을 빼겠다며 헬스장을 찾았다가 연락이 끊겼다고 한다.
병원은 장례식장 2층에 화재 사망자 유족 대기실을 별도로 마련했다. 유족 40여명이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앉아 병원이 전하는 소식에 귀를 기울였다.
신원미상 사망자 상당수도 병원에 안치된 상태여서 혼잡한 상황이 이어졌다. 한 가족은 “게시판에 이름이 적혀있지 않다”며 연신 휴대전화 위치 확인을 계속했다. 20대 여성은 “엄마가 다니는 목욕탕에서 불이 났다는 보도를 보고 휴대전화로 위치 추적을 했는데 같은 위치로 나왔다”며 눈물을 훔쳤다. 화재로 여동생을 잃은 한 유가족은 “평소에는 불이 난 건물 옆 목욕탕을 다녔는데 하필 오늘 그곳을 가서 변을 당했다”고 했다.
뉴스를 주시하며 눈물을 흘리는 사람도 많았다. 50대 여성 두 명은 “친구가 죽었다”며 “너무 날벼락 같은 일”이라고 말했다.
부상자 명단도 시간이 갈수록 길어졌다. 입원자 명단 중에는 12세 아이와 77세 할아버지도 있었다.
제천=손재호 기자 say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