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좋게 목욕간 할머니, 엄마, 딸 참변… 2층 목욕탕 피해 컸다

입력 2017-12-22 01:46 수정 2017-12-22 09:10
21일 오후 3시50분쯤 발생한 화재로 불탄 충북 제천시 하소동 스포츠센터 건물에서 소방대원들이 현장 수습 작업을 벌이고 있다. 뉴시스

충북 제천시 하소동 스포츠센터 화재로 목숨을 잃은 주민들의 안타까운 사연이 전해지고 있다. 사이좋게 목욕을 간 3대가 한꺼번에 숨졌고, 대학 입학을 앞두고 있던 여고생은 엄마에게 “문이 열리지 않는다”는 말을 남긴 채 연락이 끊겼다.

지난 21일 오후 3시50분쯤 8층짜리 스포츠센터 건물이 강렬한 화염에 휩싸였다. 1층 주차장에서 시작된 불은 순식간에 건물을 타고 올라갔다. 유리창이 터져나오며 붉은 화염이 뿜어져 나왔고 검은 연기가 하늘을 덮었다.

손녀(18), 딸(49)과 함께 목욕을 간 김모(80·여)씨는 지상 2층 여탕에 있었다. 여탕 손님들은 대피할 겨를도 없이 속수무책으로 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초 불이 난 1층 주차장과 인접해있고, 밀폐된 목욕탕의 구조 때문에 유독가스가 금세 가득 찼을 것으로 보인다. 내부 구조가 미로처럼 돼 있어 소방관들의 구조 작업도 어려웠던 것으로 전해졌다.

3대의 시신을 안치한 제천 서울병원 장례식장은 말 그대로 ‘눈물 바다’가 됐다. 한 지인은 “남들이 부러워할 정도로 애정 넘치는 가족이었는데 너무나 허망하게 떠났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 건물은 1층 주차장, 2·3층 목욕탕, 4∼7층 헬스클럽, 8층 레스토랑이 들어서 있다. 여고 졸업반인 A양은 헬스클럽에 있다가 변을 당한 것으로 추정된다. A양 가족은 “엄마에게 전화해 불이 난 것 같은데 문이 안 열린다고 말한 뒤 연락이 두절됐다”며 속을 태우고 있다.

21일 밤 12시 현재 소방당국이 집계한 사망자는 29명에 이른다. 성별이 확인된 사망자 중 여성이 23명으로 집계됐다. 2층 여탕에서만 15명이 숨졌다. 남성은 3명, 미상은 3명으로 확인됐다.

건물 내부 수색 작업이 아직 끝나지 않았고, 이 스포츠센터에 있다가 연락이 끊긴 가족의 생사를 확인하기 위해 현장에 머무는 사람들도 적지 않아 사망자 수는 더 늘 것으로 보인다. 제천시 사고대책본부는 사망자들을 명지병원, 제천 제일장례식장, 제천서울병원, 보궁장례식장, 세종장례식장 등으로 분산 수용했다.

참사가 발생한 스포츠센터는 최근까지 리모델링 공사를 진행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전기공사 중이었단 필로티 구조 1층 주차장에서 발화한 것으로 보고 정확한 화재 경위를 조사 중이다.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