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뉴스, JTBC와 경쟁? 그보다 신뢰 회복이 우선”

입력 2017-12-21 22:48
MBC ‘뉴스데스크’의 박성호 손정은 김수진, ‘뉴스투데이’의 박경추 임현주 앵커(왼쪽부터). MBC 제공

“어떤 형식으로든 시민의 목소리를 많이 담아내는 뉴스를 만들겠습니다. 시청자들이 ‘MBC뉴스가 우리 목소리를 알고 듣고 응답하고 있구나’라는 생각을 하실 수 있도록, 그런 마음가짐으로 임하겠습니다.”(손정은 앵커)

MBC뉴스가 정상화를 위한 분골쇄신에 나섰다. 지난 7일 최승호 사장이 임명된 뒤 ‘뉴스데스크’ 간판을 내리고 재정비 기간을 가졌던 MBC뉴스는 오는 26일부터 정상 방송을 재개한다. 메인뉴스인 ‘뉴스데스크’는 평일에 박성호 손정은 앵커가, 주말에는 김수진 앵커가 단독 진행을 맡는다. 아침뉴스 ‘뉴스투데이’는 박경추 임현주 앵커가 책임진다.

21일 서울 마포구 상암MBC 사옥에서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이들 다섯 앵커는 “지난 5년간 MBC뉴스가 부끄러웠다. 당장은 힘들지라도 최대한 빨리 회복시키고 과거의 명성을 되찾겠다”고 입을 모았다.

박성호 앵커는 “백화점식 보도는 지양하자는 게 기본 방침”이라며 “5년 이상 일손을 놨던 사람들이 막 시작하는 것이라 경천동지할 변화가 있는 건 아니다. 다만 점진적이지만 확실하게 변할 것이라는 게 내부 구성원들의 일치된 입장”이라고 밝혔다.

앵커들은 그간의 MBC 보도 행태에 대해 신랄한 비판을 내놨다. 오히려 타사 뉴스를 봤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손정은 앵커는 “사실 지난 5~6년간 MBC뉴스를 보지 않았고 매일 JTBC를 봤다”며 “특히 MBC의 세월호 관련 뉴스를 잊을 수 없다. 유가족들의 마음이 어떨까 싶었다. 가장 안타까운 기억으로 남아있다”고 얘기했다.

김주화 앵커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뉴스데스크’ 단독 진행을 맡게 된 김수진 앵커는 “너무 부담이 된다”면서도 “무너져버린 신뢰를 회복하는 게 급선무여서 개인적인 감정을 느낄 겨를이 없다. JTBC SBS가 너무나 많이 앞서 나가고 있다는 것을 취재 현장에 나가서도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고 했다.


그는 “그동안 뉴스를 보면서 안타까운 순간들이 많이 있었다. 지난 5년간 MBC뉴스가 얼마나 망가졌는지는 더 설명하지 않아도 잘 아시시라 생각한다”며 “그런데 MBC 기자들은 저력이 있다. (정상화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기 때문에 당장은 아니겠지만 빨리 회복 될 거라 믿고 있다”고 확신했다.

손석희 앵커가 이끄는 JTBC ‘뉴스룸’이 뉴스 프로그램 가운데 가장 신뢰도를 인정받고 현실에 대해선 전원 인정했다. 그러나 경쟁을 논할 상황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박성호 앵커는 “손석희 앵커를 굉장히 존경한다. 한국 방송 저널리즘의 거대한 전환을 이뤄낸 분이라 생각한다. 실제 규범이나 이상으로 생각했던 가치들을 실천으로 보여주신 분이기에 많이 배우려고 한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선의의 경쟁은 좋겠지만 경쟁이 첫 번째 목표는 아니다”라며 “지난 파업 과정에서 ‘MBC가 정상화되면 어떤 뉴스를 하겠다, 하고 싶다’는 얘기를 많이 생산했고, 시민 여러분이 그것을 응원하고 지지해주셨다. 그 빚을 어떻게 갚을 것인가를 우선 의식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손정은 앵커는 많은 선후배 동료들이 회사를 떠난 현 상황에 대해 얘기하면서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그는 “한 명 한 명 고통스러워 하다가 나간 분들이 많다. 저도 고통스러웠지만 그분들의 고통도 너무 잘 알고 있다. 정말 마음이 아팠다. 다시 회사가 변화했을 때 그들이 함께 있지 못하는 것이 아쉽다”고 토로했다.

박경추 앵커는 “우리 안에서 선인과 악인이 나누는 건 의미가 없다”며 “내부에서 제어하지 못하고 이상한 방송을 내보냈다는 것이 부끄럽다. MBC의 월급 받는 사람들이 저지른 일이지 않나. 우리 모두가 부끄러운 것이다. 그래서 파업도 하고 정상화를 위해 노력한 게 아닌가 싶다”고 했다.

“다시 예전만큼 사랑받는 건 한순간에 되지 않을 겁니다. 잃어버린 신뢰를 다시 찾는 데에는 긴 시간이 걸리겠죠. 하지만 저희는 신뢰를 되찾을 때가지 계속 노력하겠다는 약속을 드립니다. 방법은 뻔합니다. 공영방송의 역할을 하고 뉴스에 충실하며 정도를 걷는 것입니다. 기본에 충실한 뉴스를 하며 신뢰를 회복해가다 보면 과거의 오명을 씻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박경추 앵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