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오후 3시53분쯤 충북 제천시 하소동의 8층짜리 스포츠센터 건물에서 큰불이 나 29명이 숨졌다.
이 불로 이 건물 2층 사우나에 갇혔던 50대 여성 등 20명이 숨진 채 발견됐으며, 6~7층에서 대피 중 유독가스에 질식해 8명이 숨지는 등 모두 29명이 숨진 것으로 확인됐다. 또 29명이 부상을 당한 것으로 파악됐다. 구조된 부상자들은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고 있다.
사망자 중 신원이 확인된 사람은 제천중앙성결교회 박한주(56)목사이다.
불은 1층 주차장 차량에서 시작돼 순식간에 8층 건물 전체를 뒤덮었다. 생존자 중 일부는 이 상가건물 입구에서 불이 났는데도 극적으로 이곳을 통해 탈출해 목숨을 건진 것으로 알려졌다.
불이 나자 소방대원 등 494명이 투입됐지만, 불이 삽시간에 건물 전체로 번지면서 진화에 어려움을 겪었다.
건물 내부에 있던 수십 명이 빠져나오지 못하면서 대형 참사로 이어졌다. 일부는 비상구로 탈출했으나, 일부는 출입문이 잠겨 나오지 못했다는 목격자 진술도 나오고 있다.
이 사우나 이용자들은 “불이 나면 탈출할 곳이 없는 구조로 내부가 미로처럼 되어 있다”고 입을 모았다.
피해가 컸던 이유는 16년된 건물을 지난해 인수받은 새 건물 주인이 건물 리모델링을 하면서 외장재를 보강했으나 1층에서 발화된 불이 2~3분만에 전체 건물 외벽에 삽시간에 옮겨 붙으면서 거대한 불기둥과 유독가스를 내뿜어 58명의 사상자를 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화재원인과 관련, 한 목격자는 “헬스장에서 보니 1층 주차장에서 가스통 충전후 30분 만에 발화됐다”며 “담뱃불에 의한 발화가 의심된다”고 말했다.
주민 정연대(65)씨는 “난방용 가스통에서 가스가 새 나왔을 가능성이 높다”며 “가스가 의심이 간다”고 말했다.
인근 건물의 최초 신고자는 “1층 주차장에서 천장 공사 중 용접불꽃이 붙어 불이 난뒤 주차장의 차량에 불이 옮겨 붙었다”고 증언했다.
이에 따라 이날 진행된 주차장의 용접불꽃과 이 건물의 상가에 난방용 연료를 공급하는 대형 LPG 통이 화재원인과 밀접한 관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 건물은 1층 주차장, 2·3층 목욕탕, 4∼7층 헬스클럽, 8층 레스토랑이 들어서 있다.
소방당국은 소방사와 구급차 등 20여대와 소방헬기 3대를 현장에 투입해 진화와 구조작업을 벌였다.
진화에 나선 소방당국도 진입로인 1층의 화염 때문에 인명 구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외부 진화작업 중에도 건물 내부에서 계속 폭발음이 이어졌다.
소방당국은 이날 오후 9시 공식 브리핑을 통해 “2층 여성 사우나실에서 시신이 다수 발견됐다”며 “내부가 미로처럼 복잡한 상황이지만 1명이라도 생존자를 찾기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충북 제천의 복합건물에서 발생한 대형화재로 다수 인명피해가 발생한 것과 관련,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행정안전부 장관을 중심으로 신속한 화재 진압과 구조를 통해 인명피해가 최소화되도록 만전을 기해달라”고 지시했다.
문 대통령은 또 “화재 진압 중인 소방관의 안전에도 최선을 다해주고, 안타깝게도 이미 사망한 분들에 대해서는 빨리 신원을 파악해 가족들에게 신속히 알려드려야 한다”고 지시했다.
정부는 소방청에 설치된 중앙사고수습본부, 제천시 지역재난안전대책본부를 가동해 수습하고 있다.
김부겸 행정안전부장관은 헬기를 이용해 제천시로 이동했다. 또 재난대응정책관을 단장으로 상황관리관을 제천 현지에 급파했다.
청주=홍성헌 기자 ad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