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병우(50)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구속 후 처음으로 법정에 나왔다. 우 전 수석은 재판 내내 검찰이 국가정보원 사찰 지시 관련 신문을 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며 날 선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우 전 수석이 국정원을 동원해 문화체육관광부 간부 8명을 사찰했다는 의혹을 뒷받침하는 법정 진술이 나와 난감한 상황에 빠지게 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부장판사 이영훈)는 21일 우 전 수석의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등 혐의로 29차 공판을 열었다. 우 전 수석은 서울구치소에서 출발하는 호송차를 타고 포승줄에 묶인 채 출석했다. 수의 대신 남색 정장을 입었지만 가슴에는 수감번호가 적힌 배지를 달았다.
이날 재판부는 우 전 수석과 민정수석실에서 함께 근무한 윤장석 전 민정비서관을 증인으로 불러 신문했다. 검찰은 우 전 수석의 지시로 국정원에서 문체부 간부 8명의 세평자료를 받아 보고서를 작성해 박근혜(65) 전 대통령에게 보고한 정황을 물었다.
윤 전 비서관은 “최근 검찰에서 수사 중인 부분인데 공개 법정에서 증언하는 게 맞는지 모르겠다”며 말을 아꼈지만 재판부는 “증언 거부 사유가 안 된다”며 증언을 이어가도록 했다. 그러자 우 전 수석 측 변호사는 “검찰이 이 사건과 관련 없는 별개의 사건에 대해 신문을 하고 있다”며 “수사기록을 봐야 반론할 수 있는데 이렇게 하면 반대신문을 할 수 없다”고 반발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국정원 세평자료 수집 문건이 있었는지는 지금 쟁점이 되는 부분이고 이 사건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며 “윤 전 비서관이 사건과 관련해 많은 것을 알고 있는데, 변호인이 제시하는 것만 묻겠다는 건 받아들일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다시 증언 기회를 얻은 윤 전 비서관은 “작년 3월 우 전 수석으로부터 대통령 지시사항이라며 문체부 소속 8명의 명단을 전달받으면서 파벌을 점검해보라는 지시를 받은 적 있다”고 말했다. 이어 검찰이 “조사 때는 (민정수석실 산하) 특별감찰반 외에 세평 보고를 받은 사실이 없다고 했다”고 짚자 윤 전 비서관은 “틀린 것 같다. 국정원이나 경찰로부터 보고받은 적 있다고 했다”고 증언했다.
“무슨 이유로 민정수석실에서 세평 자료를 요구한 것이냐”는 질문에는 “대통령에게 보고드리는 것이라, 보다 객관적으로 세평자료를 크로스체크한 것”이라고 답했다.
문지연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