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주요 교단으로부터 이단 단체로 규정된 신천지예수교증거장막성전(신천지)이 성탄절 전날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기로 했던 내부행사가 무산됐다. 서울시에서 신천지 피해자들과의 충돌을 우려해 이용허가를 취소했기 때문이다. 신천지는 앞서 지난 10일에도 중구 장충체육관에서 교리교육 수료식을 열려다 피해자들과의 충돌 등 안전상의 이유로 행사가 취소됐다.
이에 신천지가 내부결집 효과를 노리는 동시에 이제는 기존 교회가 아닌 비기독교인을 대상으로 적극적인 대외홍보에 나서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신천지가 크리스마스 전날인 24일 인파로 붐비는 광화문광장에서 행사를 열어 일반 시민들의 이목을 끌고 포교 효과를 극대화하려는 전략을 펴고 있다는 것이다. 신천지의 포교 전략이 적극적으로 변하고 있는 만큼 교계의 대응도 변화가 필요해 보이는 대목이다.
국민일보가 21일 서울시에 확인한 결과, 신천지는 24일 광화문광장에서 ‘아름다운 세상을 이야기 하다’라는 이름으로 신천지 홍보와 문화공연 등 내부행사를 준비하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신천지는 당초 신도 2만명이 참석한 대규모 행사를 준비하고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시는 ‘서울특별시광화문광장의사용및관리에관한조례’에 근거해 광장 사용 허가를 취소한다고 신천지 측에 21일 통보했다. 서울시는 앞서 지난달 19일 서울광장에서 열린 행사()에서 신청내용과 실제 행사 내용이 다르다는 민원이 접수돼 담당부서에서 검토중이며, 24일 행사 당일 신천지 피해자들과의 충돌 등 안전사고가 우려된다는 사유로 광장 사용 허가를 취소했다.
신천지는 그동안 단체명이나 행사목적을 제대로 밝히지 않고 반복해서 공공시설을 대여해왔다.
지난달 19일에는 서울광장에서 ‘서울교회봉사단’이란 단체명으로 ‘서울교회 자원봉사 수료식’을 진행한다고 신고했으나 실제 행사내용은 신고와 달리 내부 교리교육 수료식으로 치러졌다. 신청 과정에서 신천지라는 것을 밝히지 않아 서울시는 실제 행사가 진행되고 나서야 신고내용과는 다른 행사가 진행됐다는 것을 파악했다.
지난 10일에는 ‘솔벗봉사회’라는 신천지 산하 봉사단체 이름으로 중구 장충체육관 대관을 신청했다가 신천지 피해자들과의 충돌을 우려한 체육관측의 허가 취소로 행사가 무산됐다. 이때도 신천지는 실제행사 내용인 교리교육 수료식과는 달리 ‘솔벗자원봉사회 수료식’이란 명목으로 체육관 대관을 신청했다. 지난 9월 18일에는 ‘너나들이’라는 산하 단체의 이름으로 경기도 화성 종합경기타운주경기장에서 대규모 내부행사를 진행했다.
신천지는 이번 행사에서도 서울교회봉사단이라는 명칭을 썼으나 광화문광장 사용신청서에 별도로 신천지예수교 서울야고보지파라고 표기한 것으로 확인됐다. 단체명을 숨기고 신청한다는 앞선 국민일보 보도로부터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이는 부분이다.
신천지는 지난 11일 청와대 청원 홈페이지에 장충체육관 대여 취소에 대해서는 대관담당을 맡은 서울시설공단 관계자를 엄정조치해달라는 청원을 올리기도 했다. 이 글은 한때 14만명 이상의 청원을 받았으나 현재는 글이 사라진 상태다.
전국신천지피해자연대(전피연·대표 홍연호)는 20~21일 두 차례에 걸쳐 서울시에 항의공문을 보내고, 24일 광화문광장 인근에 반대 집회신고까지 마친 것으로 확인됐다. 전피연은 공문을 통해 “서울시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공시설인 광화문 광장을 한국 교계가 이단단체로 규정한 신천지의 내부 행사로 이용하게 하는 것은 서울시민과 신천지 피해자의 입장에서 용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신천지는 최근 ‘적폐 한기총, 거짓보도 CBS’라는 문구가 외부에 적힌 래핑버스를 전국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사람들이 붐비는 도심 거리에서도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와 기독교방송인 CBS를 비판하는 대자보가 발견되는 경우도 늘고 있다. 앞서 래핑버스에 적힌 내용과 유사한 문구가 적혀 있어 신천지 신도가 작성한 것으로 추정된다.
경기도 구리 이단상담소장 신현욱 목사는 “신천지는 최근 내부결집을 도모하는 동시에 대외홍보를 강화하는 차원에서 지속적으로 공공시설이나 장소를 대여해 내부 행사를 열고 있다”며 “기존에는 기성교회로부터 유입되는 신도가 많았으나 최근에는 비기독교인을 주된 포교 대상으로 삼는 전략으로 전환했다”고 설명했다.
신 목사는 “10년 전까지만 해도 신천지에 유입되던 비기독교인 비율은 3~5%정도로 추산됐는데 최근에는 그 비율이 40~60%까지 높아졌다”며 “래핑버스로 홍보하거나 한기총과의 교리비교 등 대대적인 대외홍보에 나서는 이유도 비기독교인을 주된 포교 대상을 삼았기 때문이라고 봐야 한다”고 분석했다. 그는 “신천지의 포교 전략이 대폭 변하고 있는 만큼 교계와 기독교언론들의 대응도 따라 변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