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재준·이병기 “특활비 靑에 건넸지만 뇌물 상납은 아니다”

입력 2017-12-21 16:30


박근혜정부 청와대에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를 상납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남재준(73)·이병기(70) 전 국정원장이 국고손실 및 뇌물 혐의를 부인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부장판사 성창호) 심리로 21일 열린 1차 공판준비기일에서 두 원장 측 변호인은 특활비를 청와대에 건넨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청와대 예산 지원’일 뿐 뇌물을 준 게 아니라는 논리를 폈다. 이날 남 전 원장과 이 전 원장은 출석하지 않았다.

남 전 원장 측은 매달 건넨 5000만원이 청와대에 할당된 돈이라고 생각했다고 주장했다. 남 전 원장 측은 “국정원장 몫 특활비 2억원 중 5000만원은 청와대 몫이라 생각해 전달한 사실은 있다”면서도 “청와대 예산지원이라 생각했을 뿐 국고손실과 뇌물공여 혐의는 인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뇌물공여와 관련해 직무관련성이나 대가성 여부를 법리적으로 다투겠다”고 말했다.

이 전 원장 측은 우선 “귀중한 세금에서 나온 국정원장 특활비 8억원을 엄격하게 지출하지 않은 점에 대해 뉘우치고, 국민 여러분께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사법 판단도 달게 받을 각오가 돼 있다”고 했다. 하지만 “국정원 특활비를 개인적으로 착복·유용해 사익을 추구한 적이 없다”며 혐의를 완강히 부인했다.

이 전 원장 측은 “국정원 차원에서 국익을 위해 청와대에 예산을 지원하면 대통령이 이를 국익을 위해 쓸 것으로 생각했고, 국정수행활동에 필요한 경비집행으로 인식했다”고 했다”며 “국고손실죄는 국고에 손실을 입힐 것을 알면서 범죄가 성립하는데 피고인은 그런 차원의 예산지원을 한 게 아니다”고도 했다.

검찰은 두 전직 국정원장이 인사와 예산 편성 등에 대한 각종 편의를 기대하면서 청와대에 특활비를 상납한 것으로 보고 있다. 남 전 원장은 2013년 5월부터 2014년 4월까지 매월 특활비 5000만원씩 총 6억원(12회)을, 이 전 원장은 2014년 7월부터 2015년 2월까지 매월 특활비 1억원씩 총 8억원(8회)을 청와대에 건넨 것으로 조사됐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