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일명 ‘땅콩 회항’ 사건으로 기소된 조현아(43) 전 대한항공 부사장에게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21일 확정했다. 조 전 부사장의 집행유예 사실이 전해지면서 당시 여객기에서 쫓겨났던 박창진 사무장 근황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2014년 12월 ‘땅콩 회항’ 사건 이후 400일 넘게 휴직했던 박 사무장은 지난 10월 대한항공에 복귀한 후 부당하게 인사·업무상 불이익을 받고 있다며 국내 법원에 부당노동행위 소송을 제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 전 사무장은 당시 국가인권위원회 직원 역량 강화 프로그램 ‘인권숲속학교’ 강연에서 “대한항공을 상대로 부당노동행위 소송을 준비 중이고 법률검토를 마쳤다”며 “(미국 소송 때처럼) 많은 지탄을 받겠지만 내성이 생겼고 다른 분들에게 보호막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전 사무장은 복직 후 자신에게 벌어진 일들도 담담히 털어놨다. 1999년 입사한 박 전 사무장은 사건 당시 팀장이었지만 복직 후 일반 승무원으로 돌아갔다. 휴직 기간이 길다는 이유에서였다. 회사는 각종 자격시험도 다시 요구했다. 객관화된 시험은 모두 통과했지만 대한항공 출신 영어강사가 평가권을 쥔 영어 방송자격 시험(방송자격A)이 문제였다. 박 전 사무장은 “개인이 평가권을 갖는 영어방송 자격시험만 계속 떨어지고 있다”며 “(정말 실력이 부족하다면) 지난 10년간 내가 자격을 가졌던 것은 무엇이냐”고 답답함을 드러냈다. 그는 2013년 방송자격A 시험보다 더 높은 영어 방송 자격(영 WT3)도 취득한 바 있다.
박 전 사무장은 “내가 타인에 의해 겪은 일인데 왜 그 책임을 내가 져야 하는가 라는 생각에 복귀를 결심했다”며 “작게는 동료들의 모른 척하기부터 부당하게 근무태도를 문제삼는 것까지 현실에서 제가 당하는 부당함은 계속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앞서 박 전 사무장은 지난 4월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서도 “복직해서 직함은 그대로 유지하고 있지만 하고 있는 일은 많이 달라졌다”며 “회사 측에서는 장기간 쉬었다는 이유로 연차가 낮은 승무원이 담당하는 이코노미 클래스 일을 시키고 있다. 불합리하다고 느껴진다”며 억울함을 토로한 바 있다.
박 전 사무장은 2014년 12월 땅콩회항 사건 당시 미국 뉴욕JFK국제공항 인천행 KE086 항공기에서 조 전 부사장으로부터 욕설·폭행을 당해 육체·정신적 피해를 봤다며 미국 뉴욕지방법원에 손해배상소송을 냈지만 1·2심 모두 각하됐다.
한편, 대법원은 2015년 6월 상고된 지 2년 6개월 만에 조 전 부회장에 대한 집행유예 원심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쟁점이 됐던 조 전 부사장의 회항 지시로 항공기가 17m 이동한 것에 대해 무죄로 판단했다. 항로가 아니기 때문에 항공보안법 위반은 아니라는 것이다.
박상은 정지용 기자